22일 전남 영암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 대회 F1 경기는 주인 없는 잔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의 모기업인 르노가 출전하지만 국내 대표 주자인 현대ㆍ기아차가 불참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글로벌 톱5에 진입한 현대ㆍ기아차가 왜 이 대회를 외면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가 F1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자본, 기술, 선수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F1 경주팀을 운영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팀별로 연간 3억~4억달러로 추산된다. 신생팀의 경우 매년 4,000억원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한다. 10년이면 4조원 가량 비용이 들어 가는 셈. 현대ㆍ기아차의 외견상 자금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3,795억원, 올 상반기만 영업이익이 2조2,995억원이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할 시기”라며 “혼다와 도요타도 비용 부담 때문에 철수한 것을 보면 현대차의 F1 참가는 아직 시기 상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ㆍ기아차는 한때 2008년 F1 철수를 선언한 혼다팀 인수를 검토했다. 하지만 당시 축구 마케팅에 집중하자는 내부 의견에 눌려 F1에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제작 기술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F1 머신(경주용차를 지칭)은 첨단 튜닝을 거친 엔진과 탄소섬유 등 특수 소재가 어우러진 자동차 기술의 결정체다. 글로벌 업체들은 F1에 첨단 기술을 적용한 뒤, 여기에서 검증된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해 선진 업체라는 점을 일반인에서 각인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마음만 먹으면 국내 기술로도 F1 머신 제작이 가능하다”면서도 “대회 참가를 넘어 우승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부터 참가한 도요타는 단 한 차례 우승도 차지 하지 못한 채 결국 2009년 경영상 이유로 철수,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F1 참가는 브랜드를 고급화할 수 있는 기회지만 현대ㆍ기아차가 비용 투입 대비 효과에 대해 아직 자신이 없는 것 같다”며 “이는 세계 3대 스포츠인 F1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현실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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