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국민생선인 꽁치 값이 오를 것이다. 꽁치 값이 오르면 원양 꽁치로 만드는 구룡포 과메기 값도 함께 뛸 것이다. 굵은소금을 철철 뿌려 구워 먹는 꽁치구이도 밥상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다. 김치가 '금치'가 되듯 꽁치도 '금꽁치'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 해의 반을, 35년째 꽁치 따라 북태평양을 제집 마당처럼 떠돌고 있는 내 친구 이 선장이 올해 꽁치잡이가 시원치 않다고 전해준다. 그러니 꽁치 값이 오를 것은 당연한 일. 바다에서도 육지로 메일이 온다. 이 선장이 지난 5월에 부산항을 떠난 후 지금까지 20여 통의 메일이 소금 내음을 담고 바다에서 은현리로 날아왔다.
바다에서 보내는 메일은 우리가 주고받는 메일과는 달리 제법 비싼 사용료를 지불한다고 한다. 이 선장이 보낸 메일 중에 만선의 환호성이 담겨있지 않았다. 북양어장에서, 러시아어장에서, 최근 도착한 일본어장에서 보내온 소식마다 꽁치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한숨이다. 수염이 많은 이 선장은 얼굴 가득 수염이 덮여 있을 것이다.
그를 따라 꽁치를 잡는 40여명의 선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알리바바야 수레 가득 금은보화를 싣고 오지만 이 선장은 근심과 걱정만 창진305호에 싣고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에는 꽁치를 준비해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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