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회 지식경제위 국감장에는 20㎏ 가스통과 가스 토치가 등장했다. 민주당 김재균 의원이 ‘가스통 시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하기 위해 소품을 등장시킨 것이다.
올해 국감장에는 유난히 소품이 자주 등장한다. 국방위에선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이 군용 제독기를 직접 들고 메는 시범을 통해 불량 문제를 따졌다. 행안위에선 민주당 이윤석 의원이 플라스틱통에 낙지를 담아와 식용 낙지의 안정성을 주장했다. ‘배추값 폭등’탓에 배추는 여러 상임위의 단골 소품이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실물 대인지뢰를 갖고 나왔다.
압권은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의 ‘불 쇼’였다. 8일 소방방재청 국감에서 임 의원은 알루미늄 패널의 발화성 문제를 지적하고자 고글에 장갑을 끼고 국감장에서 직접 불을 붙였다. 짧은 시연을 위해 임 의원측은 부산에서 패널을 공수해오고 두 차례 연습까지 하는 등 사흘을 준비했다고 한다. 한번 보고 마는 시연이지만 준비하는 사람들로선 꽤나 신경 써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만큼 성과도 있다.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적절한 소품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국감장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잇단 ‘소품 쇼’를 지켜보면서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유난히 소품의 등장이 잦은 이유가 올해 국감이 어느 때보다 맥이 빠졌다는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감은 이렇다 할 새로운 이슈가 없이 밋밋했다. 재탕 삼탕 질의가 녹음테이프 틀 듯 반복됐다. 한 국회 관계자는 “본론이 볼 게 없으니 자연 곁가지 시각물에 관심이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올해 국감장에 등장한 소품들이 시의적절하고 신선한 이슈 발굴에 곁들여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역시 소품은 소품일 뿐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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