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일만 하다 은퇴하니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 당황했지요. 하지만 복지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친구도 사귀어 이젠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70대 초반의 P씨는 요즘 복지관에 나가는 취미에 푹 빠져있다. 특히 일하는 보람이 쏠쏠하다. 서초구가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마련한 '바른 주차질서 지킴이'에 참가해 불법 주ㆍ정차량 계도에 나서기 때문이다. P씨는 "하루 서 너 시간씩 활동해 월 20만원을 번다"며 "큰 돈은 아니지만 몸과 마음의 젊음을 되살리니 돈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서초구가 고령화사회를 맞아 '노인이 행복한 도시 만들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서초구는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만5,336명으로 구 전체 인구의 8.25%에 달하는 고령화 도시(총인구의 7%이상이 노인비율)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지난해 7월 방배노인종합복지관을 개관한 데 이어 한달 뒤 서초중앙노인종합복지관을 연달아 개관했다.
노인 1만 명에 1개 복지관 시대 열어
방배노인복지관은 연면적 3,124㎡(945평)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데이케어센터, 컴퓨터교실, 서예실, 장기바둑실, 대강당, 헬스장, 이ㆍ미용실, 물리치료실,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각종 노인관련 프로그램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총 12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CJ홈쇼핑이 30억원 상당의 건축물을 서초구에 기부했고, 서초구는 인테리어와 시설장비 구입 등 92억원을 부담했다. 또 시는 63억원을 투입해 서초동 무궁화공영주차장 지상에 서초노인복지관을 건립, 기존 양재복지관까지 합하면 복지관이 세 개나 된다. 서울에서 노인복지관이 세 개인 자치구는 서초구가 유일하다.
진익철 구청장은 "노인들이 밤낮으로 일해 우리나라를 세계 13위 경제강국으로 만들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노후 준비를 못했다"며 "2014년까지 반포ㆍ잠원권역에도 종합복지관을 건립해 노인 1만명 미만에 1개의 복지관이 있는 노인행복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2월에는 노인성 질환 예방과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서초노인요양센터를 서울시 인재개발원 입구에 건립한다. 자치구가 운영하는 200병상 규모의 치매요양센터는 서울에서 처음이다.
노인모델에서 장묘조사 도우미까지
구는 단순히 하드웨어 구축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제2의 삶을 유도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관내 서초·방배경찰서와 협조해 모범운전자와 어르신 참가자가 한 조가 돼 교차로 꼬리물기 상습지역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관내 분묘의 현황을 조사하는 장묘조사 도우미는 각종 개발행위나 토지 소유자의 개장 신고 시 연고자에게 연락해 자손이 모르는 사이에 조상의 묘가 개장되는 사태를 막아 준다.
또 노인복지관에서 워킹을 배운 할아버지, 할머니가 노인행사에 모델로 참가하거나 공익광고에 출연해 쏠쏠한 수입을 올린 경우도 있다. 구 관계자는 "급식도우미, 하교길 안전지킴이 등 노인일자리사업 외에 서초고령자취업센터에서는 별도로 단순 및 전문 직종 은퇴자를 위한 1,200여 개의 일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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