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등 태블릿 PC를 준비 중인 업체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애플의 아이패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여는 제품이다 보니 수요 예측이 안돼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결국 일부 업체는 고심 끝에 이원화 전략을 펴기로 했다. 일부에게는 비싸게 팔고, 일부에게는 보조금을 줘 싸게 파는 방법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내부 회의 결과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태블릿PC인 갤럭시탭에 가격 이원화 전략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갤럭시탭을 구입하면서 월 4만, 5만원대의 새로운 갤럭시탭 요금제에 신규 가입하는 이용자들에게만 최대 27만원까지 적용할 수 있는 휴대폰 보조금을 지원해 할인 판매한다.
그러나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 가입자가 제품만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사실상 갤럭시탭을 보조금 혜택 없이 출고가인 90만~100만원대에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다. 그만큼 갤럭시탭 판매에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물론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 가입자들은 1인당 다매체(OPMD) 요금을 이용하면 월 3,000원에 갤럭시탭을 이용할 수 있다. OPMD는 스마트폰 요금제 이용자가 기기당 월 3,000원만 추가하면 노트북, 태블릿, 게임기 등 최대 5개의 기기를 하나의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갤럭시탭을 판매하면서 신규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보조금을 주면 남는 것이 없다"며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몇 배 많은 데이터 이용량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출고가를 낮춰 가격 자체를 떨어뜨려야 갤럭시탭을 많이 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출고가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출고가는 제조사의 매출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낮추기 힘들다"며 "결국 제조사에서 별도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통신업체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에 아이패드를 판매하는 KT도 마찬가지다. 아이패드용 별도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존 스마트폰 가입자가 제품만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침을 고려 중이다.
보조금 지급도 논란이다. 갤럭시탭에 휴대폰 보조금 지급 상한을 적용할 지 여부가 쟁점이다. 음성 통화 기능이 없는 아이패드는 상관없지만 갤럭시탭은 3세대 이동통신에서 음성 및 영상통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통화 기능이 있는 갤럭시탭을 휴대폰과 같은 통신기기로 보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최대 27만원으로 정한 보조금 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통신기기가 아니므로 적용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KT 쪽은 "태블릿PC 마저 보조금으로 혼탁해진 스마트폰 시장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되므로 보조금 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SK텔레콤 측은 "태블릿PC는 휴대폰이 아닌 새로운 기기이니 시장 활성화를 위해 휴대폰 보조금 상한제를 적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수요 예측도 안돼 통신업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어떤 목적으로 구매할 지 방향이 전혀 잡히지 않아 수요 예측 및 마케팅 방법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시장에 뒤쳐질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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