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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조리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76만원 쥐꼬리 월급 주고…밥값도 떼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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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조리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76만원 쥐꼬리 월급 주고…밥값도 떼어갑니다"

입력
2010.10.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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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식판 몇십 개씩 나르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요. 요대를 해도 이젠 견디기가 어려워요. 연차휴가를 내고 병원에 가보라지만 제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동료들 눈치가 보입니다. 월급이요, 1994년에 월 50만원, 16년이 지난 현재 76만원 받습니다. 이걸로 병원비도 내고 심지어 점심 밥값도 내야 합니다. 2, 3평 남짓한 휴게실에 잠시 앉아 신세타령을 해보지만 여기저기서 아프다는 신음만 들립니다. 학교 식당 아줌마한테 관심이나 있겠어요."(서울 A초등학교 김모 조리사)

학교급식조리원. 흔히 '학교식당 아줌마'라 불리는 이들은 소박한 소망이 있다. 일한 만큼 벌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다. 수천 명의 학생에게 손수 밥을 지어주고 설거지 등 뒤치다꺼리를 도맡지만 박봉에 무관심만 돌아올 뿐이다.

외면 받는 그들이 19일 오후 용기를 내 한자리에 모인다. 현재 서울 시내 초중고교 2,100여곳의 학교급식조리원 수는 1만명 정도. 이 중 400여명이 이날 "실질적인 임금과 조리원의 건강권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급여를 원한다. 이들의 월급은 평균 86만원, 딱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이보다 몇천원 높을 뿐이다. 연봉으로 따지면 1,036만원 가량이다. 학교급식조리원 B씨는 "8시간 근무 중 쉬어 봐야 40~50분 정도고 계속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손에 들어오는 돈은 말 그대로 쥐꼬리 수준"이라고 했다.

정작 문제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 마저 '이것 저것 떼고 전달이 된다'는 점이다. 김모씨는 "얼마 전부터는 점심값을 떼어갑디다. 밥 먹으려면 따로 돈을 내라는 거죠. 버스기사한테 버스비 내고 운전하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점심값 등을 빼고 실질적으로 지급되는 돈은 평균 75만원, 매달 10만원 정도가 제외되는 셈이다.

그나마도 장기근속이 인정되지 않아 임금 인상은 거의 없다. 1년 차와 10년 차가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다. 16년 경력의 김모씨는 "첫 월급이 50만원이었고 지난달에 76만원 받았는데, 지난달에 갓 들어온 직원과 같은 액수"라고 한숨을 쉬었다.

상대적인 박탈감도 크다. 기업체 등 다른 곳의 조리원보다 업무강도는 센데 처우는 형편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1인분의 식사를 만드는 시간이 병원은 10분 내외, 일반업체 7~10분인데 반해 학교 식당은 2.76분에 불과하다. 민노총 관계자는 "1인당 학생 200명을 담당(초등학교 기준)하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당연히 조리원의 건강상태는 심각하다. 민노총이 학교급식조리원 245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245명 전원이 손목과 허리, 위장 등의 장애를 호소했다. 박모씨는 "제육볶음을 한번 하더라도 두 명이 110㎏에 달하는 양념통을 수시로 들고 날라야 한다. 여기 저기 안 아픈 사람이 없다"고 털어놨다.

마음대로 쉬지도 못한다. 한 학교식당에 일하는 조리원은 보통 4~5명, 대체인력을 스스로 구하지 못하면 안 그래도 힘든 동료들에게 짐만 안겨주기 때문이다. 한 조리원은 "수십 번 휴대폰으로 아는 이들에게 부탁을 해도 일당이 적어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내가 쉬면 다른 사람이 힘드니까 어쩔 수 없이 일한다"고 하소연했다.

민노총 윤선호 서울일반노조위원장은 "시교육청 등이 학교급식조리원의 근무실태에 관심을 가지고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아 최소한의 근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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