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의 분수령은 3회말 노아웃 삼성 최형우의 견제사였다.
최형우가 무사에서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치자 선동열 삼성 감독은 다음타자 박한이에게 번트를 지시했는데, 박한이가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주자는 번트 타구를 확인하고 다음 베이스로 가는 게 야구의 기본이지만 최형우는 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라고 판단되면 스타트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역으로 보면 그 상황에서 SK 포수 박경완이 노련했다. 박경완은 주자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읽고, 정확한 2루 송구로 최형우를 솎아냈다.
박경완이 노련하다는 것은 투수 리드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경완은 타자의 약점이나 노림수도 파고들지만 그보다 SK 투수들의 상태를 먼저 신경 쓴다. 때문에 SK 투수들은 박경완이 앉으면 편안한 상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
SK는 2-1로 앞선 6회 4번 타자 이호준을 빼고 조동화를 넣으며 굳히기 작전에 들어갔는데 삼성 타자들의 타격 컨디션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SK는 삼성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수비와 마운드로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3차전까지 오는 동안 SK에서 ‘보이는’ 수훈선수는 최정이지만 ‘보이지 않는’ 수훈선수는 박경완과 정근우다. 박경완은 투수 리드에서 절대적인 힘을 보여줬고 정근우는 공수에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늘 3차전 패배는 삼성에 너무 뼈아프다. 4차전 삼성 선발이 장원삼인데 반해 SK 선발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글로버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삼성이 이날 경기를 잡았다면 승부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가 SK의 우승으로 끝난다면 삼성은 3차전의 아쉬움을 쉽게 달래지 못할 것 같다.
전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ㆍKBS 해설위원 squeeze@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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