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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박영선의 천안함 혹세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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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박영선의 천안함 혹세무민

입력
2010.10.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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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을 둘러싼 잡다한 논란을 멀리할 생각이었다. 좌초설 충돌설 등 온갖 허무맹랑한 의혹을 떠든 사이비 전문가 부류에게서 도무지 진정성을 느낄 수 없었다. 많은 국민이 공식 결론을 불신한다지만, 엄정하지 못한 의혹이 마냥 국민의 건전한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그런 사리를 믿기로 했다.

그 생각을 바꾼 것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기뢰 폭발설'을 떠든 때문이다. 그는 15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천안함이 사고 직전 유턴(U-turn) 하면서 속도를 6.5노트(시속 12km)에서 9노트(시속 17km)로 높인 사실을 근거로 그렇게 주장했다. 진보 매체들이 기다렸다는 듯 의혹을 부풀리고, 박 의원은 그걸 다시 홈페이지에 자랑스레 올렸다.

한통속 사이비 전문가와 언론

국회의원도 막된 사이비들처럼 더러 헛소리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저들이 허황된 의혹을 떠들면 유사(類似) 언론이 냉큼 부풀려 전파하는 꼴은 한통속으로 혹세무민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사이비 전문가나 언론과 달리, 국민 혈세를 받는 국회의원이 내놓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은 국민을 깔보는 짓이다.

박 의원의 주장을 간추리면 이렇다. "자동차가 유턴할 때는 상식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게 맞다. 천안함이 오히려 속도를 높인 것을 수많은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스크루가 그물에 걸려 빠져 나오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 보고서가 지적했듯, 그물이 스크루에 감기면서 해저 기뢰가 딸려와 폭발했다는 견해이다."

의혹에 눈 먼 이들은 솔깃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구석, 상식과 사리에 맞는 게 없다. 일반도로에서 유턴 때 감속하는 것은 유턴 지점이 정해져 있고, 반대 차로 안에서 회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안함 같이 큰 배가 통상 항해 중에 유턴할 때 반드시 속도를 줄일 이유는 없다.

굳이 자동차와 비교하면, 인터체인지 진출ㆍ입로와 같은 곡선 주행 때의 올바른 운전법을 떠올릴 만 하다. 자연스레 속도를 줄여 들어선 뒤, 둥근 호(弧)의 정점에서 속도를 높여 빠져 나가는 게 맞다. 원심력 영향을 줄여 차가 바깥으로 밀리지 않는 요령이다.

빗나간 전제를 앞세운 박 의원은 국방장관의 서투른 답변을 빌미로 기뢰 폭발설로 치달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합참 해군참모는 "함정이 방향을 바꿀 때는 파도에 흔들림을 막기 위해 속도를 높인다"고 보충 답변했다. 파도가 아니라도, 유턴할 때는 흔히 속도를 높여 회전 시간과 반경을 줄인다. 천안함이 속도를 높인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해군이 준 항적 기록을 분석했다는 박 의원에게 '유턴 의혹'을 일러준 전문가가 있다면 사이비다. 아니면, 박 의원이 거짓말을 지어낸 것이다.

스크루가 그물에 걸렸을 것이라는 추리도 이상하다. 그럴 때는 엔진을 정지, 스크루 회전을 멈춰야 그물이 엉키지 않는다. 좌초 위험 때문에 급회전했다면 또 모를까, 그물과 기뢰를 끌어댄 것은 소설 줄거리로도 엉성하다. 수중폭발 사실을 부정하면서 좌초설 충돌설을 되뇌던 사이비 전문가들이 슬며시 기뢰 폭발설로 돌아선 것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해군 설명은 빼놓고 국민 속여

진보 매체들은 들뜬 모습이다. 러시아 보고서를 특종 했다는 신문은 '집중분석'까지 했다. 그나마 분별이 있는지, 수중폭발을 부정하던 논리와의 모순을 지적하는 시늉을 했다. 나는 그보다 애초 러시아 보고서란 게 공적 기관의 인증은 없이 한글로 몇 쪽 써놓은 모양을 해괴하게 생각했다.

진보 매체들은 하나같이 해군 참모의 설명은 쏙 빼놓은 채 새삼 의혹을 부풀렸다. 이건 언론 행위가 아니다. 기본과 상식을 내놓고 짓밟으면서 언론 행세를 하면 안 된다. 박 의원과 같은 방송사 사장을 지낸 야당의원은 줄곧 좌초설을 입증한다며 국민 돈을 쓰고 다녔다. 저들이 그래도 무리 지어 혹세무민을 꿈꾼다면, 동아리 토론으로 통일된 논리라도 마련한 뒤 나서기 바란다. 그런 정도의 진지함, 진정성도 없이 국민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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