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봐도 분명히 효과가 있는 듯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불법 대신 합법 다운로드로 영화를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듯하고요.”
안성기는 이름 뒤에 어떤 직위가 잘 붙지 않는 배우다.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부위원장과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정도가 그가 스크린 밖에서 맡은 일이다. 그의 이름이 지닌 무게를 감안하면 의외다. 영화계 한 인사는 “영화배우 안성기가 취한 모습을 세 번 봤는데 특정 자리를 고사할 때였다. 배우로 오래도록 활동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게 이유”라고 전한다.
직위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안성기가 정성을 쏟는 게 영화 합법 다운로드를 권장하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다. 그는 지난해 출범한 굿 다운로더 캠페인 본부의 위원장을 맡아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합법 다운로드를 독려해 왔다. 최근 부산에서 만난 그는 “지난 1년간 성과에 점수를 주면 100점 만점에 90점에 해당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당초 위원장 직을 선뜻 맡기를 주저했고, 주변에서 “꼭 그런 일에 앞장 설 이유가 있냐”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영화계의 가장 큰 현안이고 우리 영화가 살 길이라는 생각에 자리를 맡게 됐는데 요즘은 ‘이 운동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크린 쿼터 사수 투쟁이 굉장히 소모적이었던데 비해 훨씬 생산적이고 느낌이 좋다”고도 밝혔다.
그 동안 캠페인을 위해 무보수로 광고를 찍고 행사 등에 참여해준 유명 배우와 감독만도 40여명. 박찬욱 이준익 감독, 장동건 김태희 원빈 박해일 수애 손예진 송강호 등 광고 출연료가 억대인 영화인들이다. 안성기와 공동위원장 박중훈이 발벗고 나섰기에 가능했던 ‘캐스팅’이다.
마주치는 후배 배우들이 곧장 고개를 조아리는 대선배이지만 안성기는 “광고 등 촬영에 나설 배우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참여했다가 일정이 안 맞아 고사하게 되면 대타로 인물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기에 민감한 배우들은) 펑크가 나서 나에게 연락했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년간의 성과는 고무적이다. 약 30만명이 ‘합법적으로 다운로드 받겠다’는 서약에 동참했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이 다운로드 사업에 참여하면서 올 7월 매출이 70%가량 상승했다.
저작권보호센터가 발간한 ‘2010 저작권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계의 불법 다운로드 피해액은 879억3,221만원. 제작비 30억원 가량의 중급 규모 영화 30편을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극장 상영 이후 2차 시장이 살아야 위험을 감수한 영화들도 만들어진다. 피해액의 반만이라도 영화계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예전 비디오 시장 규모로 복구되면 더할 나위 없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부산=이성덕기자 s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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