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주부가 28개월된 입양 딸의 건강을 일부러 악화시켜 병원에 입원케 한 후 보험금을 받아 쓰다 끝내 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8일 아동입양 기관으로부터 입양한 딸을 병원 침대에서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최모(31ㆍ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1월 14일 오후3시께 경남 양산시 모 대학 병원에 장염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던 입양 딸의 얼굴을 환자복 바지로 덮어씌워 질식에 의한 뇌사 상태에 빠뜨린 후 3월 7일 숨지게 한 혐의다.
최씨는 2008년 4월 딸을 입양해 아이 이름으로 3건의 보험에 가입한 후 매월 20만5,300원을 납입했으며 아이의 치료 및 사망과 관련, 2,6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았다. 최씨는 입원 시 지급되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소독하지 않은 우유병에 끓이지 않은 물을 담아 입양 딸에게 먹여 장염 등이 발생토록 한 뒤 입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이가 간질, 청색증, 경기 증세를 보여 종합검사를 벌였으나 전혀 이상이 없었다’는 병원 진료기록과, 커튼으로 가려진 입양 딸 침대에서 ‘캑 캑’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환자들의 진술을 확보, 보강수사를 벌인 후 최씨로부터 범행을 시인받았다.
이에 앞서 최씨는 2005년 5월에도 생후 1개월된 여자아이를 입양해 키우다 1년 2개월 후인 2006년 7월 같은 증세로 대구 모 대학 병원에 입원시킨 후 아이가 치료 중 숨지면서 치료비 등 명목으로 1,5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최씨의 친딸(20개월) 역시 2003년 3월 장염과 장출혈로 입원, 치료를 받다 숨져 1,8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이 나오기도 했다. 최씨는 친딸과 첫 입양 딸의 안타까운 사연이 주위에 소개되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3곳으로부터 2,190만원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최씨가 입양한 두 여자아이가 비슷한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데다 친딸은 월 5만원, 첫 입양 딸은 월 10만원, 둘째 입양 딸은 월 20만원으로 보험 가입 및 납입액이 늘어난 것을 의심, 첫 입양 딸과 첫딸에 대한 살인 여부도 수사 중이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 별거하면서 생활비도 모자란 터에 치료비 명목으로 보험금이라도 타기 위해 아이를 학대, 입원시켰다”며 “당초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앞으로 더 양육할 자신이 없어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친딸과 첫 입양 딸이 숨진 것은 자신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양 아동을 학대하지 못하도록 미성년자 입양 시 법원허가를 받게 하는 민법 개정 작업이 추진되는 과정에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며 “관련 부처에 해당 사실을 통보, 신속히 관련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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