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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로스쿨/ 부실 낳는 교육 부침 심한 학생 부담 느는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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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로스쿨/ 부실 낳는 교육 부침 심한 학생 부담 느는 적자

입력
2010.10.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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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첫 입학생들이 겨우 절반의 교육과정을 끝낼 정도로 걸음마 단계이지만, 위기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법학 이외의 폭넓은 기초지식을 가진 법조인 배출로 법률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지역인재 육성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로 전국 25개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된 지 2년이 지났으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로스쿨이 내세웠던 실무 교육은 수박겉핥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설치 인가를 받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했던 대다수 로스쿨들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교육의 질적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학부 과정과 다를바 없는 실무교육

주입식 이론 교육의 비중이 높았던 기존 법대 학부 강의와 달리 로스쿨이 내세웠던 것은 실무 교육의 강화였다. 그러나 실제 진행되는 실무 교육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교육과정 6학기 가운데 실무 기초 과목은 모의재판, 법률정보조사, 법문서작성론 등 5과목이다. 필수 과목이지만 대부분의 로스쿨들은 1학점씩만을 배정해 비중이 낮다. 많은 학교에서 민사법 실무, 형사법 실무 등의 선택과목을 개설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학부에서 배우는 소송법과 연습과목 등을 이름만 바꿔 강의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법대 졸업 뒤 지방 A대 로스쿨에 입학한 박모씨는 “실무 교육에 대해 비법학 전공자들은 나름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은데 정작 나에겐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실무 교수들의 경력도 천차만별이다. 관련 법령상 로스쿨은 변호사 경력 5년 이상의 실무 교수를 20% 이상 채용하도록 돼 있다. 모든 로스쿨은 이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도 실무 교수들의 경력은 학교별로 큰 차이가 난다.

예컨대 영남지역의 B대 로스쿨의 경우 10명의 실무 교수들은 변호사, 판ㆍ검사, 미국변호사 출신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고 학교측도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 일부 교수들은 이미 5~8년전부터 이 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이어서 변호사 자격증은 사실상 ‘장롱 면허’에 가깝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새로 영입된 실무 교수와 이론을 담당하는 기존 교수와의 갈등도 실무 교육을 위축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두드러지는 서울 및 상위권 로스쿨 연쇄이동

지난해 입학한 로스쿨 1기생들 가운데 학교를 그만둔 숫자는 104명에 이른다. 로스쿨 전체 정원 2,000명의 5%에 해당한다. 학교별로는 경북대 10명, 부산대 전남대 각 8명, 동아대 6명, 영남대 원광대 충남대 각 5명 등으로 지방대의 자퇴자가 두드러진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도권 로스쿨에 재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 로스쿨에는 지방 로스쿨을 다니다 다시 시험을 치러 입학한 학생들이 학교별로 많게는 3~4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서울로 몰리는 것은 교육 여건의 차이와 학교의 지명도 때문이다.

지역 사회의 법조 전문인력을 키운다는 게 지방 로스쿨 도입 목적이었으나 올해 지방 로스쿨 입학생의 40%는 수도권 고교 졸업생들이다. 특히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소위 SKY 대학 출신이 지난해 전체 로스쿨 입학생들의 54%를 배출했다.

과도한 초기 투자로 재정난 겪는 로스쿨

로스쿨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각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시설 확충과 교수 임용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로스쿨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5곳의 로스쿨은 시설 투자에 총 2,902억원(학교당 116억원), 교원 인건비로 858억원(학교당 34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2011학년도 전체 로스쿨의 등록금 수입은 951억원으로 운영비에도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다. 게다가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장학금을 내건 탓에 로스쿨의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학생 정원이 수십명에 불과한 소규모 로스쿨과 일부 사립대는 재정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재정난은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로스쿨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1,434만원(국립 985만원, 사립 1,733만원)이었지만 출범 1년만에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고,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학생들은 “대학들이 당초 약속했던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비싼 등록금으로 설립 초기부터 ‘돈스쿨’이란 비난을 받았던 로스쿨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로 치닫고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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