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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기로에 선 중국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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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기로에 선 중국 지도자들

입력
2010.10.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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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폐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의 대미를 장식할 주인공은 단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다. 마지막 날 열리는 중앙군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 부주석이 대권 승계의 보증수표인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오를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주목되는 원자바오 정치개혁

그러나 중국 공산당과 정부 내에서는 이번 5중전회에 앞서 정치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7차례 이상 역설하며 시사주간지 타임에 커버인물로 등장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입을 더 주목하고 있다. 비공개로 열리는 회의인 만큼 그의 발언은 즉각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포용적 경제성장'이라는 경제발전 전략의 패러다임 변경보다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가 더 뜨거운 감자 일 수밖에 없다.

올 4월 시작된 원 총리의 정치개혁에 대한 일련의 발언들은 대담했다. 그는 고(故) 후야오방(胡耀邦)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총서기를 추모하는 글을 썼다. 후야오방은 경제와 정치개혁을 지지하다가 1987년 보수반대파에 의해 축출됐다. 그런 그에 대한 추모글을 쓴 것은 상징적 의미 이상이다. 후야오방의 서거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또 원 총리는 8월 중국 개혁개방의 발원지인 선전(深圳) 시찰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뜻을 더 확고히 밝혔다. 그는 "경제 현대화에는 반드시 정치개혁의 보호가 필요하다"며 "정치체제 개혁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제체제 개혁의 성과를 다시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의 발언은 최근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더 직설적으로 표출됐다. 그는 "공산당의 활동은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맞아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는 개도국이든 선진국이든 모든 국가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민주와 자유에 대한 동경과 요구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 총리의 정치개혁 추진은 반체제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성공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는 분석이다. 자유와 민주, 인권과 같은 개념의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는 서방의 압력에 맞서 중국 좌파ㆍ보수주의자들은 원 총리를 정치적 공격 대상으로 삼고 사상적 견제를 강화하는 등 거센 반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구식 보편적 가치 개념이 중국의 사회주의 통치를 약화시키기 위한 서구적 음모라고 본다. 더 나아가 보편적 가치를 수용해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에 중국이 편입돼갈 것인지, 아니면 중국적 세계질서를 만들어 현 국제질서를 대체할 것인지를 정치개혁의 화두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중국식 보편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개념을 수립해 놓지 못한 상태다. 막연히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열창한다. 따라서 서구가 중국 인권상황을 비판할 때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는 옹색한 변명으로 일관한다.

중국식 보편적 가치 정립될까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더 이상 '중국식 가치의 보편성'여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문을 회피할 수 없다. 자유주의자들은 중국의 차기 5세대 지도자들에게 보편적 가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권위주의적 정권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서구식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거나 새로운 중국식 보편적 가치를 정립해 문명의 주류에 동참하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길을 택할지 중국 차세대 지도자들은 양자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장학만 베이징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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