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한 랠리를 펼쳤던 코스피가 1,900선 돌파 이후부터 상승탄력이 둔화된 모습이다. 또 그 틈새를 코스닥시장이 파고드는 듯한 모습이다.
2010년 들어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코스피는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지만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보면 코스피는 13% 상승했으나,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0.2% 하락하는 등 철저하게 소외된 시장이었다.
코스닥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이유는 정보기술(IT) 업종의 부진도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퇴출, 횡령 등 신뢰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는 이슈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주가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 구성요소인 회계장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과 대주주나 경영진의 횡령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큰 리스크다. 따라서 리스크에 대한 보상인 ‘리스크 프리미엄’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가격하락으로 직결된다. 경험적으로 볼 때 코스피가 어느 정도 상승세를 보일 경우 코스닥에서는 일시적 테마나 이슈가 유행하며 지수 상승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변변한 테마 한 번 형성 못했던 것을 보면 투자자들이 얼마나 코스닥시장을 기피했는지 말 안 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부 신뢰를 훼손한 기업의 영향으로 다른 코스닥 기업 상당수가 억울하게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는 밸류에이션이나 가격 면에서 틈새가 생겼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지난 주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는 이런 틈새로 유동성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마침 최근 주식시장의 내ㆍ외부 환경은 코스닥의 신뢰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나 금융감독원에서는 우회상장이나 회계감사의 강화를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또 정부에서는 상생협력을 강조하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 전체의 상대적 부진으로 다소 억울하게 하락한 종목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도 될 만한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물론 코스닥시장 전반의 리스크는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아직도 일부 기업에서는 횡령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이슈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유하고 있는 현금만큼도 되지 않는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는 종목이나 실적 둔화폭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하락세를 보인 종목,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극단적으로 낮아진 종목에 대해서는 선별적 접근이 가능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업황 회복이나 실적 모멘텀이 아직 부족하고 리스크 역시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목 선별은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 단지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무조건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재무제표를 꼼꼼히 읽어볼 것과 경영진의 경영 마인드, 그리고 전방산업의 업황을 함께 체크하고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싶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