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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유치에 FIFA위원들 돈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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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유치에 FIFA위원들 돈 요구

입력
2010.10.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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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이 함정 취재에 나선 영국 취재진에 “돈을 주면 표를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집행위원은 우리나라가 유치경쟁에 나선 2022년 월드컵 역시 이미 매표(賣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17일 나이지리아의 아모스 아다무 FIFA 집행위원, 오세아니아 축구협회장이자 FIFA 부회장인 레이널드 테마리(타히티) FIFA 집행위원이 투표를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장면을 촬영해 폭로했다. 선데이타임스 기자들은 미국 월드컵 유치를 위해 나선 미국 업계 로비스트로 가장해 이들에게 접근했다. 아다무 등은 오는 12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2018년,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비밀투표에 참여하는 24인에 포함된다. 취재가 이뤄지던 지난달 당시 미국은 2018, 2022년 월드컵 개최에 나선 상태였으며 15일 2018년 월드컵을 포기하고 2022년에 전념할 뜻을 밝혔다.

선데이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다무는 영국 런던에서 기자가 위장한 미국측 로비스트와 만나 “자국 나이지리아에 인조잔디 구장 4개를 짓기 위해 8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다무는 특히 “거기에 투자한다면 그건 내 한 표를 얻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매표의사를 분명히 하고 그 자금이 개인적으로 지불돼야 한다고 말했다. 절반은 미리 나머지 절반은 투표가 끝난 뒤 지불하라는 요구조건도 뒤따랐다. 테마리 역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축구 아카데미를 짓는 데 필요한 230만달러를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월드컵유치위원회 측은 이번 취재가 자신들을 가장했다고 밝힌 보도 내용을 강조하며 관련성을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주목되는 것은 뇌물을 요구했던 FIFA 집행위원들이 이미 매표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점이다. 특히 아다무는 2018년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원하는 대로 행사하겠다고 보장한다면서도 2022년 개최지는 “이미 다른 경쟁국에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나선 곳은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카타르 등이다. 테마리 역시 다른 월드컵 유치 경쟁국 두 곳이 이미 오세아니아 축구협회에 1,000만~1,2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전현직 FIFA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월드컵 유치를 위해 줘야 할 뇌물액수가 1인당 각 100만~160만달러 가량 된다고 보도했다.

FIFA는 “이번 보도와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며 조사를 진행한 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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