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도시에서 16일 폭력을 동반한 대규모 반일 시위가 벌어지고 일본에서도 반중 데모가 일어나는 등 해결 분위기가 감돌던 중일 양국간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이 다시 가열되는 양상이다.
일본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센카쿠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이날 중국 청두(成都), 시안(西安), 정저우(鄭州) 등 3개 도시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발생했다. 젊은이가 주축인 시위대는 거리를 행진하면서 “일본은 댜오위다오에서 떠나라”며 중국 영유권을 주장했다.
시위대 규모는 청두에서 2,000명 이상, 시안에서는 7,000명을 넘는 등 3개 도시에서 1만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시위로 일본 음식점과 화장품 가게 등 5개 일본계 점포의 출입문과 간판 등이 부서졌다. 청두에서는 일본계 슈퍼마켓 이토요카도의 대형유리창 2장이 깨지며 쇼핑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2005년 고이즈미(小泉) 당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반발한 반일 시위보다 규모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시위 직후 중국 정부에 경계강화와 일본인의 안전 확보를 요청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합법적, 이성적으로 애국심을 표현해야 하며 비이성적인 위법행위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시위 참가자에 냉정하게 대응해줄 것을 요청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군중이 일본측의 잘못된 언동에 분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시위 자체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일본 도쿄(東京)에서도 같은 날 ‘힘내라 일본! 전국행동위원회’ 등 우익단체들이 “센카쿠는 일본 영토”라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데모에 참가한 2,000여명은 2㎞에 걸친 행진을 마친 뒤 중국대사관 앞에서 ‘중국대사관 포위, 센카쿠 침략 규탄, 국민대행동’을 내건 집회까지 열었다.
이날 양국의 시위는 이달 초 간 나오토(菅直人)ㆍ원자바오(溫家寶) 중일 총리의 ‘복도 회담’ 이후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던 양국 관계에 일거에 찬물을 끼얹어 향후 양국 관계 회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정치이벤트인 공산당 5중전회 개막일에 벌어진 대규모 반일 시위에 후진타오(胡錦濤) 정권이 적잖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시위 참가자들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주도한 ‘애국교육’으로 반일 감정을 품고 있는 젊은 세대였다며 대중의 자발적인 시위를 당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노정했다고 풀이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 같은 가두시위가 무질서한 사태로 번질 경우 사회 불안은 물론 빈부격차에 따른 불만이 중국 정부로 향할 가능성도 있어 후 정권이 충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은 우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이달 하순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3’회의에서 정상회담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같은 양국 여론의 반발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 지가 회담성공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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