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중국 랭킹 1위로 군림했던 구리가 지난 15년간 프로기사 생활을 하면서 챙긴 승수가 최근 800승을 넘어섰다. 1995년 입단한 구리는 지난 5일까지 총 1,157국을 둬서 800승 357패, 통산승률 69%를 기록했다. 이번 통계는 중국기원이 집계한 게 아니라 구리가 그동안 꼼꼼하게 기록해 온 자신의 대국일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기원은 소속기사들의 기보나 대국 결과를 그리 열심히 챙기지 않기 때문에 구리는 매번 대회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기보를 작성해서 보관해 왔는데 최근 휴가기간을 맞아 그동안의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800승 돌파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구리는 그동안 자신이 뒀던 바둑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으로 2005년 10월 제10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에서 이세돌을 이겼던 판을 꼽았다(사진). 구리는 그 바둑을 이겨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했고 마침내 우승까지 했다. 구리는 “천야오예와의 결승전 마지막 판도 감동스러웠지만 그래도 가장 흥분됐던 바둑은 이세돌과의 준결승전이었다”고 회고했다.
구리는 또 자신에게 가장 고통스런 기억을 남긴 바둑 역시 2004년 11월에 이세돌과 벌였던 제9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최종국을 들었다. 1대 1 상황에서 맞이한 최종국에서 구리는 이세돌에게 완패, 157수 만에 돌을 거뒀다. 구리는 “당시 나의 실력이 정말 부족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고 말했다.
한편 구리의 동갑내기 라이벌인 이세돌은 2010년 6월 4일에 800승을 달성했다. 당시 이세돌의 대국수는 총 1,121국이었고 800승 321패로 승률은 71%였다. 그리고 보니 이세돌과 구리가 800승을 달성한 기간과 통산승률이 상당히 비슷하다. 그 점에서도 두 기사가 팽팽한 라이벌답다.
사진 타이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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