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사 마코토 지음ㆍ김은진 옮김
찰리북 발행ㆍ256쪽ㆍ1만2,000원
누구나 해봤을 의자 뺏기 게임. 하다 보면 의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경쟁은 격해지고, 결국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루저가 된다. 에서 이 게임은 현대인이 처한 현실의 은유로 등장한다. 의자는 ‘정규직’이라는, 갈수록 숫자가 줄어드는 쟁탈의 대상이다. 저자는 게임에서 졌다고 자신을 탓하지 말고, 이런 의문을 가져보길 권한다. “왜 이렇게 의자의 수가 적은 것인가? 아니, 도대체 우리가 왜 이런 게임을 해야만 하는가?”
저자 유아사 마코토는 멀쩡하게 다니던 도쿄대를 때려치우고 히비야 공원의 노숙자 텐트촌으로 뛰어든 인물로, 일본에서 노숙자들의 대변인이자 빈곤 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노력이 부족해 빈곤한 것”이라는 이른바 자기책임론의 맹점을 신랄하게 통박한다. 빈곤의 확대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현대 노동구조에 대한 분석이 책의 전반을 차지한다.
후반에서는 자신의 빈민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을 바꾸는 활동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공공 도서관에 그 책을 비치해두도록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는 논지. 빈곤은 부끄러워서 감추거나 피했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덤벼 싸워서 혁파해야 할 문제라는 주장이 책의 고갱이를 이룬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