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 뉴욕의 뒷골목 문화를 대변하던 그래피티(낙서화). 범법 행위로 치부됐던 그래피티가 미술의 장르로 편입되기 시작한 것은 한 소규모 화랑이 전시를 열면서다. 비슷한 작업이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ㆍ시댄스)에서 4년째 시도되고 있다. 대중문화 장르인 힙합과 현대무용을 접목, 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테크닉의 나열에 그치는 힙합이 예술작품으로 도약할 수 있고, 현대무용은 표현 기법을 다양화할 수 있어 서로가 윈윈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작업이다. 우리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짧은 기간에 비해 성과는 작지 않았다. 지난해 ‘힙합의 진화 Ⅲ’에서 공연된 ‘두 명의 설계자’ 등은 올 여름 스페인 4개 도시를 돌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내년에는 쿠바 공연도 예정돼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 현대무용 경연대회 ‘마스단사’ 내년 대회에 응모한 두 한국팀 역시 힙합과 무용을 결합한 작품으로 본선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시댄스는 올해 ‘힙합의 진화 Ⅳ’를 축제 폐막작으로 선정하고, 현대무용의 중견 안무가들과 힙합 댄서를 세 팀으로 묶었다. 힙합이 생소한 안무가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까지 참여한 이인수, 김보람, 김설진씨 등은 과거 힙합 댄서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안무가 김성한(42)씨의 ‘미스터 로스트’는 스트리트 댄스 대회인 ‘4DA 넥스트 레벨’ 세계대회에서 2007년 한국 최초로 힙합 부문 1위를 차지한 G-학수 등과 호흡을 맞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에서 모티프를 따온 이 작품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한다. 김씨는 이 소설 주인공 좀머씨의 “나를 좀 그냥 놔두시오”라는 절규에 공감했다고 한다.
평발임에도 세계무용사전에까지 등재된 안무가 김원(47)씨는 2인무 ‘진화하는 꿈’을 선보인다. 꿈을 강한 생명력을 지닌 젊음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신종철(34)씨는 문자를 이미지화한 ‘대칭의 합’에서 4명의 힙합 댄서들과 함께 직접 무대에 오른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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