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이 남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남자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1일 개봉 이후 줄곧 미국 흥행성적(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인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26). 그는 지난해 20억 달러였던 재산이 올해 69억 달러(8조원)로 급증, 미국의 35번째 갑부(포브스 집계)에 오르며 또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든 애플의 최고경영자(CE0) 스티브 잡스(42위ㆍ61억 달러)까지 앞질렀다.
페이스북 탄생의 진실
주커버그는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치과의사, 어머니는 정신과의사. 중학교 때 처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그는 아버지 병원에서 쓸 수 있도록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이를 병원 내 모든 컴퓨터에 알려주는 사무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는 청음 훈련용 음악프로그램인 ‘시냅스’를 만들어 유명세를 탔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사 제안도 받았지만 거절했다.
일종의 인맥관리 사이트로, 관심사나 배경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구를 맺어 교류하는 페이스북의 역사는 하버드대학에 다닐 때 시작된다. 주커버그는 2004년 친구 더스틴 모스코비츠, 에두아르도 새버린, 크리스 휴즈와 함께 하버드대 학생들끼리 연락처를 공유하고 인맥을 관리하는 사이트 페이스북을 처음 만들었다. 교내에서 큰 인기를 얻자 가입 조건을 스탠포드대 콜럼비아대 등 미국 전역의 대학교 학생으로 넓혔고, 이후에는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탄생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인데, 이 영화는 주커버그가 선배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훔쳐 페이스북을 만든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선배들이 만들고 있던 SNS ‘하버드 커넥션’의 일을 돕다가 독립해 페이스북을 만들었는데, 이 때 그가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것. 실제로 주커버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선배들은 2004년 소송을 냈고 주커버그는 2008년 수천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주고 그들과 합의했다.
그러나 주커버그가 고등학교 때 이미 페이스북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가 다닌 명문 사립고 필립스엑스터는 학생들의 사진과 학년 주소 전화번호를 담은 ‘사진주소록(The Photo Address Book)’을 발간해 정보를 공유했는데, 학생들은 이것을 ‘페이스북’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영화의 각본가는 ‘인터넷 기업을 소재로 우정과 배신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다루려 했을 뿐 페이스북의 진실을 다룬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 자신을 부정적으로 그린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했던 주커버그는 개봉일에 직원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다음달 18일 개봉한다.
돈보다 ‘베이비’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회원수 5억명, 전세계 인구 13명 당 1명이 페이스북 회원인 셈이다. 이탈리아와 콜럼비아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페이스북이 이메일을 대체하는 추세이고, 인도네시아에서조차 인터넷 사용자 3,000만명 중 2,780만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할 만큼 세계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주커버그는 돈에는 큰 욕심이 없어 보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현 기업가치는 최고 300억달러에 달하지만, 주커버그는 ‘돈 벼락’을 안겨줄 상장에는 별 관심이 없다. 더 이상의 외부투자가 필요치 않으며 당장 상장의 압력을 못 느낀다는 것.
실제로 페이스북이 걸음마단계였던 2005년 MTV, 2006년 야후의 거액의 인수제안도 모두 거절했다. 전 야후 CEO인 테리 세멀이 “나이와 상관없이 10억달러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회상했을 정도. 주커버그는 이에 대해 “이건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은 내 자식(baby)이기 때문에 보살피고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주커버그는 아직도 월셋집에서 산다. 캘리포니아의 방 4개짜리 단독주택(월세 600만원)에서 중국계 미국인 여자친구 프리실라 챈과 함께 살고 있다. 챈은 대학교 2학년 때 친목동아리 파티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달 뉴저지 뉴어크시 공교육 개혁에 1억달러(1,200억원)를 기부했는데, 일각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개봉에 맞춰 이미지 관리를 하기 위해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젊은 CEO답게 페이스북의 회사 분위기는 자유롭다. 직원들은 사내에서 스케이트 보드도 타고 비디오 게임도 한다. 그 역시 주로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하고 직원들과 자주 어울려 맥주도 마신다.
이제 막 성공의 가도에 들어선 스물 여섯 주커버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 그는 올해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세계를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일(making the world open)이다.” 모든 사람에게 정보가 개방된 세상을 사이버 공간에서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음주에는 미국의 에너지기업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찰스 코크, 데이비드 코크 형제를 소개합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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