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정립씨가 ‘댄스 위드 마이 파더’(Dance With My Father)를 노래하자 가수 노영심씨가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원로배우 김지미씨를 단상으로 끌고 나왔다. 김씨는 곧 김동호(73)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연극배우 박정자씨가 김씨의 바통을 이어 받았고, 배우 강수연 문소리 예지원씨가 잇달아 나와 김 위원장과 박자를 맞췄다. 노장의 퇴장을 정식으로 알리는 파티는 그렇게 무르익어갔다.
출범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선장 역을 맡아온 김 위원장이 13일 밤 10시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김동호 페어웰 파티’에서 자신의 퇴임을 공식 발표했다. 옛 문화공보부 차관, 영화진흥공사 사장 등을 역임했던 김 위원장은 1996년 출범한 부산영화제를 시작부터 이끌며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로 키운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이날 파티는 아쉬움 섞인 환호와 박수 속에 진행됐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세계적 영화제를 만들어준 김 위원장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명예위원장을 맡아 다시 애써주길 부탁 드린다”고 노장에게 헌사를 바쳤다. 국내 영화투자배급사인 쇼박스미디어플레스와 한국상영관협회, 부산은행, 부산상공회의소 등에 감사패와 선물 전달이 이어졌고 김 위원장은 “이런 큰 파티는 원하지 않았다. 여러분들에게 심려와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조심스럽게 화답했다. 또 김 위원장은 “오늘 전해주신 선물은 모두 감사히 받겠다. 대신 모두 현금화 해 불우이웃에게 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위원장 자리를 떠나고자 한다”고도 말했다.
이날 파티에는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원로 배우 강신성일씨와 영화감독 임권택 김수용 이장호 장준환씨 등이 모습을 나타냈다. 배우 안성기 문성근 조재현씨 모습도 보였다.
‘체리 향기’로 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플래툰’으로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받은 올리버 스톤, 태국의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 등 해외 영화인들도 다수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15년 동안 세계 각국의 40여개 영화제를 둘러보며 겪은 일 등을 담은 저서 를 이날 파티 손님들에게 일일이 서명해 증정했다. 그는 퇴임 후에도 문화행정가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저술활동 등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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