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의 환율정책을 공개 비난함으로써 환율전쟁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그제 중의원에 출석해 "특정국이 자기 나라의 통화가치만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도하는 것은 주요 20개국(G20)의 협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한 걸음 나아가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그 역할을 엄하게 추궁 당할 것"이라며 G20 의장국 자격까지 시비를 걸었다. 우리 정부가 항의해 재발 방지를 다짐 받았다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일본은 지난달 슈퍼 엔고를 잡기 위해 2조1,000억엔 규모의 외환시장에 개입, 국제 환율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그런데도 적반하장 격으로 우리 외환정책을 물고 늘어진 배경에는 국제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대규모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를 잡지 못한 데 따른 재계와 정치권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특정 국가의 환율정책을 공개 비난하고 G20 의장국 자격까지 문제 삼은 것은 전례가 없는 외교적 결례다. 더욱이 최근 한 달간 원ㆍ달러 환율 하락폭은 4.59%로, 일본 엔화(2.23%)보다 두 배 이상 떨어졌다. 원화 가치가 엔화보다 높아져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뜻이다.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나라는 한국이 아니라 환율전쟁을 촉발한 일본이다. 일본은 속히 냉정을 되찾아 경제대국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자국의 통화가치 조정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는 정책은 교역 상대국들의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악순환만 부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경주와 서울에서 잇따라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와 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 해결을 위한 국제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환율 갈등의 공정한 중재자가 되려면 특정 국가가 이기고 지는 승패의 차원이 아니라, 세계경제가 공존공영하느냐 공멸하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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