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74)씨는 자신의 황혼이 이렇게 스산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30년간 교직에 몸 담았고, 부인과 자녀 1남3녀와 남부럽지 않은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다. 아이들도 모두 잘 자랐다. 교직원연금에 가입해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큰 걱정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부인과 자녀, 손주와 함께 따뜻한 가정에서 고즈넉한 말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김씨의 기대가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퇴직한 다음 1년간은 그런대로 가족과 잘 지냈다. 하지만 할 일없이 지내다 보니 스스로 위축됐고, 부인과도 자두 다투게 됐다. 2년 전에는 위암 수술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위암 수술 후 파킨슨병까지 겹치면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가 어려워졌다. 김씨는 "다른 가족들에게 듣기 싫은 얘기를 하며 괴롭혔고, 내가 했던 말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부인은 간병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자녀들도 아버지를 모실 자신이 없었다. 결국 요양시설이 '현실적인 타협점'이 됐다.
퇴직 후 순식간에 무너진 노년의 꿈
김씨가 집을 떠나 중부지방의 한 소도시 외곽에 그의 평생 일터였던 학교건물처럼 자리잡은 지상 4층짜리 요양시설 'OO마을'에 짐가방을 푼 건 지난 8월. 요양시설에 입주하려면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김씨는 다행히(?) 시설 입주가 가능한 2등급이었다. 전세집은 아직 자신의 명의이고, 아내가 시설에 내는 매월 48만5,000원의 비용도 자신의 연금에서 나눠 보내면 되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덜했다.
지난 8월말 기준 국내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541만여명 중 요양시설 입주자는 약 8만6,000명. 이로써 김씨는 노인 인구 중 1.7%에 해당하는 요양시설 입주자가 됐지만 과거 자신의 제자들이 학교를 떠났듯, 자신도 치료를 마치면 조만간 시설을 떠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다른 요양시설에서 잠시 생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입주하면서는 '요양시설 조기졸업'을 목표로 치료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밥도 열심히 먹고,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처방 받은 약도 꼭꼭 챙겨 먹었다. 그가 먹는 카세핀과 프레탈 등은 치매와 파킨슨 병의 진전을 막기 위한 약들이다. 밖으로 나가 운동도 하려고 마음 먹었고, 시설에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과 오목을 두면서 기억력을 회복하려고 노력도 했다. 그건 병을 극복하고 다시 단란한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인 셈이었다.
마모되는 의지, 깊어지는 단절
하지만 그의 각오와 달리 시설에서의 나날은 점점 더 깊은 고립과 단절을 향해 퇴화해갔다. '00마을'에 입주한 노인은 약 80명이다. 이 가운데 자신을 돌볼 수 없을 정도의 치매환자가 대부분이고 나머지가 위암과 폐암, 뇌병변과 같은 질병을 가진 이들이다. 대다수가 타인과 정상적 교감이나 교류가 어려운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김씨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만한 사람조차 만나기 어려웠다. 시설 입주자들이 서로 어울릴 프로그램도 많지 않다.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7시부터 식사를 하고, 뉴스를 보고, 잠을 자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요일 별 뜸 치료와 물리 치료, 노래교실, 오후예배 등의 과정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됐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여전히 목말랐다.
혼자서 밖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었다. 대부분 시설은 번호키로 문을 닫고 입주 노인들의 출입을 통제한다. 이는 노인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노인을 모시고 함께 할 수 있는 직원들의 수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김씨는 "그나마 여기는 밥도 잘 나오고, 생일 때 고깔모자를 쓰고 잔치도 해준다"며 "다른 시설보다 만족한다"고 했다. 김씨는 "전에 있던 시설은 다루기 힘든 노인들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하는 등 비인간적 대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요양시설에서의 치료는 사실 질병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방어적 성격이 짙다. 물론 시설에서 몸이 회복돼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그래서 대부분 시설 입주 노인들은 입주 시점의 각오와 달리 나중엔 시설에 적응하고 만족을 찾으려는 일종의 '포기상태'에 이르게 된다. 시설 문 밖으로 나가 차를 타고 10분 가량만 가면 일상이 숨 쉬는 번화가로 갈 수 있지만 노인들에겐 너무나 먼 얘기가 되고 만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현재 김씨가 입소한 '00마을' 같은 상주 요양시설은 국내 3,546개. 김씨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 1, 2등급을 받은 노인들이 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아 이용할 수 있다. 김씨와 달리 3등급을 받아 상주는 하지 않고 재가시설을 통해 방문요양, 방문간호를 받거나 재가시설 외래치료를 받는 노인은 지난 8월말 기준 18만3,046명(전체 노인 인구 중 3.4%)이며 이들이 結淪求?재가시설도 1만9,786개에 달한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요양병원 수도 지난 7월 현재 833개로 2005년 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보면 황혼의 질병으로 어떤 형태로든 김씨처럼 노인의료복지시설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노인 인구는 어림잡아 전체의 10%에 이르게 된다.
점점 많은 질병 노인들이 요양시설에서 고립된 황혼을 보내게 된 건 가족형태가 핵가족화하면서 부모 봉양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이유가 크다. 여기에 어떤 형태로든 가정의 틀 내에서 질병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이 미흡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결국 점점 더 많은 미래의 노인들이 가족과의 유대가 단절된 채 요양시설에서 서글픈 황혼을 맞을 게 분명한 셈이다.
시설에 활기 불어 넣어야
질병 노인들이 가장 바라는 건 따뜻한 가족 속에서 치료받고 생활하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가족들 역시 여건만 조성된다면 부모를 가까이 보살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려면 무엇보다도 질병 노인들이 가족과 격리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넓은 범위의 재가의료복지시설이 더욱 활성화 돼야 한다.
김현숙 충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성장한 자녀들과 공동 생활권을 유지하며 의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지원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자녀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가까이 모실 수 있는 종일 운영하는 재가복지센터나 단기보호시스템이 아직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요양시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황혼을 조금이라도 더 활기 있게, 사는 것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 김씨는 그것이"곁에서 대화할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이해하면서 노년을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김씨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요양시설 밖에 나가 산책도 하고 사람과 자연 구경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설 노인들의 질병 치료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시책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례로 지금은 요양시설에 입주한 노인이 재활을 통해 건강이 좋아져 요양보험 등급이 내려가면 시설이 정부나 이용자로부터 받는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게 돼있다. 정부가 등급개선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1회에 한해 50만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 운영자들이 굳이 입주자 치료나 생활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시설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회복에 따른 등급을 제대로 평가하고, 등급 개선실적에 따라 지원하는 장려금을 현실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노인끼리만 사는 가구 늘고 자녀의 봉양 기대 줄어들어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541만명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노인들의 가구형태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또 아플 때 가족과 떨어져 요양시설이나 병원을 찾겠다는 이들도 많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부연구위원이 이달 초 발표한 ‘노인특성의 변화 및 정책 제언’에 따르면 전체 노인가구 중 자녀 없이 사는 노인들 비율은 1994년 40.4%에서 2008년 66.8%로 증가했다. 10가구 중 7가구가 자녀 없이 살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노인부부가 사는 가구는 47.1%, 노인 독신가구는 19.7%를 차지했다. 전체 노인가구 중 자녀와 동거하는 가구는 27.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통계 만으로 자녀의 부모 부양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떨어져 살지만 부모에 대한 자녀의 경제적 지원이 계속되는 가정도 많기 때문이다.
건강이 악화할 경우 노인들이 선호하는 거주형태도 바뀌고 있다. 자녀와 동거 희망을 꼽은 비율은 94년 55.1%로 절반을 넘었으나 2008년엔 25.1%로 줄었다. 반면 배우자와 동거하거나 혼자 살겠다는 응답이 64.9%로 1994년 24%보다 크게 늘었고, 요양시설을 이용하겠다는 비율도 7.1%에서 9.2%로 증가했다.
직장 여성의 증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에 따라 시설이용이 용이해진 것도 추세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은 “부모들도 자녀들이 보살펴 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노인들의 경제상황과 건강상태는 좋아졌지만 처지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져 94년 3.63점(5점 만점)에서 2008년 3.01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은 “독거노인과 노인부부가구가 증가하면서 자녀부양을 대체할 사회적 보호망이 강화돼야 한다”며 “특히 노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지는데 대한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 즐기는 노후 VS 아쉬운 노후… 재력과 체력 따라 달라지는 여생
“우린 한발 앞선 거야. 깨인 사람들이고. 자식들 부담 안주니 당당하지. 여기서 지내면 남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이들 수 있으니 좋아.”
서울 강서구 등촌동 가양시니어스타워에서 만난 할머니 3총사는 모두 70세를 훌쩍 넘겼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고왔다. 세련된 팔찌와 우아한 스카프, 은은한 색깔안경이 3총사의 ‘여유’를 말해주는 듯 보였다. 함께 식사하는 동안 이들에게서 다른 노인이 쉽게 갖지 못하는 걸 발견했다. 삶의 활력 말이다.
넉넉한 노후의 지상낙원
“아이고, 아침저녁으로 춤 췄더니 세상에 이거 좀 봐봐.”
팔찌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입술에 난 뾰루지를 가리키자 다른 할머니들이 그럴 줄 알았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팔찌 할머니는 춤 동호회를 3개나 들었다. 여기서 이 정돈 약과다. 색깔안경 할머니는 한국무용과 라인댄스, 합창 클래식 기독교모임 등 5개 동호회에서 맹활약한다. “엄청 바쁘시겠어요” 했더니 “말도 마”라며 손사래를 친다.
3총사는 이 타워가 문을 연 2008년 초에 들어와 친해졌단다. 가양시니어스타워는 대표적인 도심형 실버타운. 60세 이상 노인에게 집을 분양 또는 임대해준다. 의료나 재활, 식사, 여가생활 등 각종 서비스를 내부에 모두 갖춰놓았다.
“여기 생활비? 한 달에 한 명이 150만원 정도면 뒤집어쓰지. 의료비랑 식비까지 포함해서. 백화점 세일 땐 차로 태워다 주고, 때 되면 전시회나 맛집 나들이도 시켜주니 심심하지 않아.”
색깔안경 할머니 얘기다. 할머니 3총사가 이곳에서 활력 넘치게 지낼 수 있는 토대는 경제력이다. 집 규모에 따라 1억∼6억5,000만원 되는 보증금을 자식에게 손 안 빌리고 마련했다. 매월 생활비도 스스로 해결한다. 스카프 할머니는 계약하고 나서야 자녀들에게 입주 의사를 알렸단다.
“애들이 엄마 실버타운 가라고 직접적으로 얘길 못하지. 그래서 내가 먼저 계약한 거야. 지금은 서로 편해. 의사 간호사 상주해 있으니 아파도 안 불안하지.”
처음엔 미안해하던 자식도, 안쓰러워 하던 친구들도 이젠 부러워한다고 할머니 3총사는 입을 모은다.
“은퇴하고 나니까 마누라가 갑자기 더 이상 밥 못하겠다는 거야. 앞이 캄캄하더라고.”
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는 아내와 함께 밥 안 굶을 대책을 찾다 실버타운을 선택했다는 서삼수(77)씨는 “한 마디로 여긴 지상천국”이라고 표현한다. 영양사가 짠 식단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다양한 운동시설도 이용하니 밖에선 그렇게 등산해도 안 빠지던 몸무게가 거짓말처럼 줄었단다.
노후의 삶에서 제일 신경 써야 할 요소는 식사와 운동이다. 밖에서 노인들끼리 살면 운동은커녕 끼니 챙기기도 쉽지 않다. 정승원 가양시니어스타워 운동처방사는 “3, 4개월마다 건강상태를 체크해 회원마다 맞춤형 운동처방을 해준다”며 “파킨슨병을 앓아 거의 움직이지 못했던 한 회원은 처방대로 운동한지 반년 지나 보조기구 짚고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몸이 아픈 노인의 주거공간은 ‘너싱홈(Nursing home)’이라는 별도 건물에 있다. 너싱홈을 5년 임대하려면 보증금 9,500만∼1억원이 필요하다. 월 생활비는 180만~200만원 정도 든다. 20여명의 요양보호사가 교대로 근무하고 간호사가 층마다 상주한다.
실버타운 같은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에 약 20곳. 주로 여생을 즐기려는 건강하고 넉넉한 노인들이 찾는다. 김동숙 서울시니어스타워 분양팀장은 “전직 의사나 교수, 고위공무원, CEO의 문의가 많다”며 “대기금 100만원 걸고 기다리는 분양 건수가 가양타워만 5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요양시설 다달이 50만원
“아들? 미국 갔어. 딸? 글쎄 날 여기 가둬놓고 말이야….”
서울 강서구 방화동 훼미피아실버그룹홈에서 다른 할머니 8명과 함께 사는 신복순(96)씨의 말 속에 살짝 원망이 섞였다. “지난 주에도 따님이 와 같이 나들이도 하셨다면서요, 치료 잘 받으시라고 모셔온 거죠” 하자 대답이 없다. 경증치매 때문에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진 못하지만 마음은 전해졌다. 못내 서운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자식 입장을 헤아리는 엄마 마음 말이다.
편마비 때문에 집에선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는 신씨는 여기 와 요양하는 동안 보조기구 짚고 살살 걸을 정도로 좋아졌단다. 이곳 같은 소규모 노인공동생활가정이나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노인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다. 한달 생활비의 80%는 보험으로 처리되고, 본인이 부담하는 나머지 20%와 식비가 대략 월 50만원 정도다. 촉탁의사가 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요양보호사 한 명이 노인 3∼5명을 돌본다.
실버타운이 노년을 여유롭게 즐기려는 분위기라면 노인공동생활가정이나 요양시설은 치료와 안정이 주 목적이다. 내 집 같은 편안한 가정생활을 바라거나 대규모 실버타운에 갈만큼 여유가 없는 노인들이 주로 찾는다. 결국 노후 삶의 환경은 재력과 건강이 좌우하는 게 현실이다.
노인공동생활가정이나 요양시설은 전국에 3,500여곳이나 된다.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자원봉사자 실습생 같은 무자격자가 요양보호서비스를 하거나 본인부담금을 법정액수보다 많이 징수하는 등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194개 요양시설을 평가해 훼미피아실버그룹홈을 비롯한 상위 10%(119개)의 우수시설을 홈페이지(www.longtermcare.or.kr)에 공개했다.
다달이 생활비 낼 형편이 못 되는데 가족도 부양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등에서 운영하는 양로원에 무료로 입소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인 노인도 마찬가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내 여생 돌봐줄 곳은 어디?
실버타운에 입주하려면 혼자 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독립된 주거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 나이는 60세 넘으면 된다. 결국 돈 있고 건강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막상 실버타운을 둘러보면 몸이 불편한 노인도 많다. 김동숙 서울시니어스타워 분양팀장은 “계약 당시 입주조건을 만족했어도 막상 들어올 땐 건강이 안 좋아진 회원도 적지 않다”며 “이럴 경우 그냥 계약대로 입주하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요양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에 들어가려는 노인은 먼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인정신청을 해야 한다. 인정요원이 나와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등급판정위원회가 노인의 거동상태에 따라 최종 등급을 매긴다. 거의 누워 지내기 때문에 누군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하면 1등급, 약간의 손동작 정도 가능하면 2등급, 일상생활에서 부분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3등급을 받는다. 1, 2등급은 모두, 3등급 중에선 돌볼 사람이 없거나 치매인 경우 입소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 9월 말까지 등급판정을 받은 노인은 약 31만5,000명으로 점점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노인복지법에서 실버타운은 노인주거복지시설, 요양시설은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분류된다. 둘 다 해당 시설에 들어가 거주하는 형태다. 흔히 말하는 요양병원(노인전문병원)은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속하긴 하지만 의료법 규정을 따른다.
입소시설을 원치 않거나 매월 들어가는 생활비가 부담된다면 필요할 때마다 재가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재가노인복지시설에서는 하루 중 일정 시간 동안 가정이나 시설에서 노인을 보호해주는 방문요양서비스나 주·야간보호서비스(데이케어센터), 최대 보름 동안 보호해주는 단기보호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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