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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냉전' 커지는 전선… 세계 곳곳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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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냉전' 커지는 전선… 세계 곳곳서 갈라진다

입력
2010.10.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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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앞에서 세계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다. 한ㆍ중ㆍ일 3국간 공조도 무너지고, 미ㆍ중간 환율갈등은 기존 선진국(미국 EU) 대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신흥국간 '블록 대결'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는 사실상 '환율 보호주의'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인데, 정작 우리나라의 설 땅은 점점 더 비좁아지는 양상이다.

전날 "환율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을 싸잡아 비판했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14일 "(자신의 발언에 한국 정부가 강력 항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정부가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 및 노다 재무상의 발언에 강력 항의했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지만,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것. 엔화 환율이 이날 장중 한 때 15년 만에 최저치(달러당 81.2엔대)로 추락하는 등 엔화 강세가 지속되자, 일본은 향후 수출경쟁국인 한ㆍ중에 대해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일본의 도발에 한ㆍ중ㆍ일 3국 간에도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탄탄한 협력을 과시했지만, 이젠 3국간 공조에도 균열이 가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일본 측이 외교 관례에서 벗어나는 공세를 지속할 경우 우리도 무작정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미ㆍ중간 환율전쟁은 선진 연합군과 신흥 연합군 간의 대립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EU는 지난 주 유럽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며 미국에 힘을 보탰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들도 연일 측면에서 지원 사격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브라질 등은 미국을 향해 공세를 펴며 중국과 보조를 맞춰가는 모습. 여기에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국 역시 외환시장개입과 새로운 자본규제도입을 통해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자국 수출과 경기를 지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 발을 담그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지금과 같은 보호주의가 확산되면 1930년대 대공황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물론 "미국 중간선거 등 각국 정치 상황이 해소가 되면 어느 정도 합의가 될 것"(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이란 낙관적 시각도 있지만, "G20 정상회의에선 느슨한 합의 정도밖에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환율전쟁의 상처는 깊을 수밖에 없다"(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설 땅이 점점 더 비좁아지고 있다는 점. 가파른 원화절상으로 기업실적악화 등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는데도, G20 의장국으로서 노골적 시장개입이 어려운 상태이며 거시정책대응도 점점 제한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열린 정례회의에서 인플레 우려에도 불구, 추가적 환율하락을 걱정하며 기준금리(연 2.25%)를 3개월째 동결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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