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 1,672억원 가운데 300만원을 최근 검찰에 납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은 추징금 규모에 비해 극히 미미한 액수인데,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추징 시효를 연장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11일 대리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집행과에 300만원을 냈다. 납부경위에 대해선 "대구지역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반란 수괴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씨가 지금까지 낸 추징금은 533억원에 불과하다.
검찰 주변에선 "전씨와 검찰 간에 '추징 시효 연장'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로선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가는 난처함을 피할 수 있고, 전씨 역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3년인 추징 시효는 추징금의 일부라도 납부할 경우 그 시점부터 다시 3년간 연장된다. 하지만 추징금 납부실적 없이 시효를 넘겨버리면 이후에는 강제 추징이 불가능해져, 통상 검찰은 시효가 끝나기 전에 재산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2008년 6월 은행 채권 추심을 통해 4만7,000원의 추징금을 마지막으로 냈던 전씨의 추징 시효는 애초 내년 6월이었으나, 이번 납부로 2013년 10월로 연장됐다. 검찰 관계자는 "시효가 완성돼 아예 징수가 불가능해지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고, 정의에도 어긋나지 않겠느냐"며 "전 전 대통령에게 자진납부를 계속 독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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