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LG와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아직도 프로야구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승부이자, 감동의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김성근 당시 LG 감독이 이끄는 LG는 부상병들이 복귀한 후반기부터 무서운 상승세로 페넌트레이스 4위로 턱걸이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 플레이오프에서 KIA를 연파하며 정상에서 삼성과 만났습니다. 아쉽게 2승4패로 ‘기적의 레이스’를 마감한 LG의 ‘전사’들 중에서도 유독 굵은 눈물을 흘리던 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심각한 고관절 부상에도 한국시리즈 엔트리 합류를 자청한 김재현(35ㆍSK)이 2루타를 치고도 절룩거리며 1루까지 간신히 뛰어가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흐른 2010년. 김재현은 SK의 주장으로 한국시리즈에 출전합니다. 상대는 바로 8년 전 그에게 한(恨)을 안겼던 삼성입니다. 김재현은 14일 인천 문학월드컵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파란 유니폼의 선동열 삼성 감독, 진갑용, 박한이와 나란히 앉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태어나서 눈물을 두 번 흘렸는데 그 중 한번이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옆에 앉은 김재현 역시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김재현은 지난 시즌 바로 이 자리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KIA와의 한국시리즈를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김재현은 “내년 정상을 탈환하고 유니폼을 벗겠다”고 깜짝 발표를 해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김재현은 일단 유종의 미를 장식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김재현은 “지난 시즌 은퇴를 발표한 뒤 꼭 올해 우승컵을 되찾고 싶었는데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와서 영광”이라면서 “지난해 아픔을 씻고 좋은 기억을 간직한 채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 상대가 삼성이기에 김재현에게는 더욱 소중한 고별 무대입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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