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이 재계 요구에 따라 엔화와 원화 가치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원화를 대량 매입하는 외환시장 개입을 지난달 재무성에 요청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일본의 원화매입 검토는 최근 엔화 강세 가운데 한국 원화는 상대적으로 절상속도가 늦어 일본상품의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한국상품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절박함을 반영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엔고(高)가 계속돼 어려움을 겪는 일본 주요 자동차, 전기ㆍ전자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경제산업성에 “한국의 (외환시장)개입이 지나치다”며 원화에 대한 엔화 강세를 시정해주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재무성에 원화 매입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엔과 원을 대량 거래할 양국간 직접 외환시장이 없어 일본의 개입이 사실상 어려운데다 무리해서 개입할 경우 외교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어 재무성은 이 요청을 묵살했다. 재무성 간부는 “(단독개입으로) 한일관계에 물을 끼얹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이 정부에 원화매수를 요청한 것은 한국 외환 당국이 수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 원화를 매도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개입을 부정하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지난달 중반까지 약 6개월 동안 원화가치는 10% 넘게 하락했다.
게다가 일본 경제계는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한국에 뒤처지고 있는 것에 대한 위기감도 크다. 최근 한국이 유럽연합(EU)과 FTA 서명을 마쳐 이후 유럽시장에 무관세로 한국제품이 들어갈 경우 일본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일본 기업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한미 FTA 의회 비준이라는 선물을 들고 참석할지 모른다는 불안도 번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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