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둘러싼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간 또는 야당 내에서 원안 비준이냐 재협상이냐에 대해 상이한 해법을 제시하면서 한미FTA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서 한미FTA를 재협상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부득이 재협상을 하는 경우엔 우리도 자동차 외에 재협상할 분야를 특정하고 미국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한미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야당이 쇠고기와 자동차 재협상에 반대하고 있다”며 “모든 야당과 연대해 정부의 재협상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재협상 반대원칙을 고수하면서 한미FTA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12일 “한나라당은 한미FTA 협정문을 수정없이 처리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며 정부와 청와대도 같은 입장”이라며 “다만 한미FTA로 인한 피해산업과 소외계층에 대한 내실 있는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현재 양국간 FTA 재논의는 협정문 수정을 전제로 한 재협상이 아니라 미국의 불만 등을 듣는 차원의 유연한 대응”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은 미국의 FTA 재논의 요구를 “사실상의 재협상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지도부내에서도 상이하다.
손학규 대표는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 등 사정변경이 생겼으므로 당에서도 변화된 상황과 재협상 요구 등을 다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앞서 그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협상 문제를 전면 검토할 당내 특위 구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재협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구한 만큼 이번 기회에 협정문 초안의 투자자 국가제소(ISD) 등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관철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정세균 최고위원은 재협상에 회의적이다. 그는 “미국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MB(이명박)식 재협상은 안 된다”며 “재협상을 하지 않거나 이게 안 될 경우 아예 FTA체결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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