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려는 등산객으로 전국 명산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등산은 심폐지구력과 근지구력, 균형감각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평소 운동이 부족한 사람이 갑자기 등산에 나서면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난 주말에도 산행하다 전국에서 수백명이 산악사고를 당했다고 보도됐을 정도다. 특히 심혈관계나 정형외과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산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간식과 물을 챙겨라
등산은 일반 운동에 비해 높은 칼로리가 필요하다. 빨리 걷기나 수영의 2배가 넘는 시간 당 400~800㎉를 사용한다. 3시간 이상 산을 오르면 일상생활에서 하루 동안 소모하는 칼로리를 모두 사용하는 셈이다.
특히 날씨나 환경에 따라 더욱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렇다고 과식을 하면 위장과 심장에 부담을 주므로 식사는 탄수화물 중심으로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대신 초콜릿, 건과류, 과일 등 고열량의 비상식량을 준비해 틈틈이 먹어야 한다.
수분보충도 중요하다. 평소 우리 몸의 수분 함유량은 체중의 50% 정도다. 일상생활을 할 때는 하루 2~3리터 정도가 빠져나가고 들어온다. 그러나 오랜 시간 등반하면 1~1.5리터 이상이 추가로 손실된다. 몸에서 빠져나간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탈진하거나 혈액흐름이 나빠질 수 있다.
만일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혈액 흐름이 나빠지면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목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전해질이 포함된 물을 마셔야 한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을 체크해 운동 전 혈당수치가 250㎎/㎗ 이상이고 혈중에 케톤체가 검출되거나 혈당수치가 300㎎/㎗ 이상일 때 운동하면 오히려 혈당 대사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운동을 미루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산행에도 요령이 있다
평소에는 평지를 걷는 수평 이동만 하지만 등산은 경사가 진 곳을 걸어야 하는 수직 이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산에서 걸을 때에는 발바닥 전체로 땅을 정확히 밝고 천천히 리듬을 타며 걷는 것이 피로를 줄이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지면에 수직으로 힘이 가해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허리가 뒤로 빠진 상태의 구부정한 자세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기 쉽다.
배낭을 메고 오르막을 오를 때는 너무 급하게 올라가서는 안 된다. 걸음 폭을 작게 해 천천히 걷는 것이 체력을 아끼는 보행 요령이다. 또, 오르막길은 가능한 한 체력소모가 적은 길을 택하고, 경사면을 갈 땐 갈지자로 오르면 체력소모가 적다.
등산하다 생기는 사고의 대부분은 하산할 때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내리막길에서 걷는 법의 기본은 산을 오를 때와 같은데 약간 앞으로 굽힌 자세로 발은 신발 바닥 전체로 지면을 누르듯 착지한다. 어떤 사람은 내려갈 때 스피드를 내거나 뛰는데 이 경우 미끄러지거나 돌멩이를 밟아 넘어져 다치기 쉽다. 보폭을 작게 해 과도한 페이스를 억제하는 느낌으로 걷는 것이 내리막길을 걷는 좋은 방법이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교수는 “산행 중 휴식은 처음 몇 차례는 15~20분 정도 걸은 뒤 5분 정도 휴식하다가 차츰 30분 정도 걷고 5~10분간 휴식한 다음 산행에 적응이 되면 1시간 정도 걷고 10분간씩 규칙적으로 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운동 부족한 중년층은 조심해야
평소에 운동량이 부족한 중년층은 등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혈관의 탄력이 떨어져 갑자기 산행을 하면 심장에 부담이 간다. 특히 땀으로 몸 안의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게 되면 혈액이 농축돼 심장과 뇌 속의 혈관을 막는 위험 요인이 된다. 산행 시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통, 구역질이 나타난다면 그 자리에서 쉬어야 한다.
특히 비만인 사람은 산에서 내려올 때 무릎에 충격이 가해져 무릎 연골이 손상돼 한동안 고생할 수 있다. 따라서 첫 산행은 3시간을 넘지 말고, 배낭 무게도 되도록 줄이고, 휴식도 자주 취하는 것이 좋다. 또, 하산할 때는 터벅거리지 말고 평소보다 무릎을 더 구부린다는 생각으로 탄력 있게 내려와야 무릎과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만일 산에서 다리 골절을 입었다면 재빨리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억지로 움직이지 말고 다친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주위의 사물을 이용해 고정해 주는 것이 좋다. 또, 출혈이 있다면 출혈이 있는 부위를 심장보다 높이 들어 올리고 지혈해야 한다.
부상을 막으려면 준비운동이 중요하다. 발목을 중심으로 하체를 집중적으로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준다. 산행 후에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풀도록 한다.
등산화ㆍ등산복ㆍ배낭을 꼭 갖춰야
등산화와 등산복 등 장비를 갖춰야 안전하게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산을 오르려면 등산화를 꼭 신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산은 다른 ざ?산과 달리 매끄럽고 입자가 단단한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운동화를 신고 올랐다가는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등산화는 통풍과 방수 기능이 좋은 고어텍스 소재에 발목이 있는 것이 좋다.
등산용 스틱도 필요하다. 등산용 스틱을 이용해 걸으면 발에 의존하는 하중을 30% 정도 팔로 분산시켜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창우 정동병원 원장은 “등산용 스틱과 무릎보호대를 쓰면 하산할 때 충격이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무릎 슬개골 부분의 관절을 잡아줘 무릎 연골과 십자인대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까운 뒷산을 오르더라도 배낭은 꼭 메는 것이 좋은데 이는 넘어졌을 때 충격을 완화하고, 허리를 받쳐주며, 뇌진탕과 같은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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