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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힘'… 여명 퍼지는 조국의 새벽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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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힘'… 여명 퍼지는 조국의 새벽을 맞다

입력
2010.10.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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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Viva) 칠레!”

13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칠레 북부 코피아포 인근 산호세 구리 광산 구조현장. 갱도 붕괴사고(8월 5일) 이후 69일 동안 지하 622m 아래 피신처에 갇힌 채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간 광부(33명)들이 마침내 세상의 빛 속으로 돌아왔다. 첫 구출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가 구조캡슐 '피닉스(불사조)'에 오른 지 16분. 사지에서 돌아왔다고 믿어지지 않는 건강한 그가 땅을 딛고 섰다. 아발로스에 이어 역사상 최장 시간 매몰을 견뎌낸 광부들이 차례차례 가족의 품에 안기는 모습은 말 그대로 불사조처럼 당당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생환한 이들에게서 기적과 희망을 본 세계가 일제히 환호를 올렸고, 재난 앞에 하나로 뭉친 칠레 국민은 감격의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칠레 구조당국은 수차례 구조캡슐 피닉스 점검 작업을 마친 후 12일 밤 11시 20분, 공식적으로 산호세 광산 매몰자 구조 작전에 착수했다. 테스트 과정에서 캡슐 문이 일부 손상돼 와이어와 본체 보강을 위한 작업이 이어지면서 구조 시작은 당초 예정보다 수 시간 지연됐다.

광부들의 수호 성인인 로렌소의 이름을 딴 작전 '산 로렌소(San Lorenzo)'가 시작된 지 50여분이 지난 13일 0시 11분.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첫 구출자의 도착을 알리자 헬멧과 검은 선글라스를 쓴 아발로스가 피닉스의 문을 열고 지상에 발을 디뎠다. 웃음을 짓는 그를 향해 7살 아들 바이론이 눈물을 흘리며 달려들었고, 아내와 감격의 포옹이 이어졌다. 현장에 와 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도 아발로스를 얼싸안았다.

아발로스가 엄지를 들어 보이며 검진을 위해 구급차에 오른 지 한 시간. 두 번째 구출자 마리오 세풀베다(40)가 역시 건강한 모습으로 피닉스에서 내려섰고 이후에도 약 1시간 간격으로 광부들이 잇따라 세상과 재회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오늘 밤은 칠레 국민과 전 세계가 영원히 잊지 못할 멋진 밤이다"라고 기뻐하면서도 "33명이 모두 나올 때까지 상황은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이날 현장을 찾아 매몰 광부 중 유일한 볼리비아인으로 네 번째로 구조된 카를로스 마마니(24)를 위로하고 피녜라 대통령과 만났다.

13일 낮 1시 30분(한국시간 14일 오전 1시 30분) 현재 16명이 무사히 구조되는 등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총 36~48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구조 완료 시간이 앞당겨져 한국 시간으로 14일 낮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피녜라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2시간에 3명씩 구조가 이뤄져 구조시간이 앞당겨지고 있다며 "구조가 13일 중(한국시간 14일 낮 12시까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된 광부들은 구급차에 실려 구조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진료시설로 옮겨졌고, 간단한 검진을 받으며 잠시 가족과 상봉했다. 이후 이들은 헬기로 코피아포 시내 병원으로 후송돼 48시간 동안 정밀 건강검진을 받은 후 인터뷰 등 공식적인 환영행사에 참석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광부 33명은 8월 5일 산호세 광산 갱도 붕괴로 암석과 토사 70만톤이 무너져 내려 지하에 갇혔다. 사고 직후 매몰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고 발생 17일 만인 8월 22일 '전원 생존' 메시지가 기적적으로 지상에 전달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모두 69일에 걸친 역사적인 구조 드라마가 진행됐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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