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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와의 전쟁] <3> 화재는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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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와의 전쟁] <3> 화재는 인재

입력
2010.10.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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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중이용업소 보험 가입률 1.9% 그쳐… 모든 업소 의무화해야

지난 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는 대형화재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목숨을 건 소방관들의 구조로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불은 순식간에 37층 쌍둥이 건물 전체로 퍼져 재난영화 ‘타워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2008년 1월에는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40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지난해에는 부산 실내사격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본인을 포함해 15명이 사망해 국무총리가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후진적인 대형 화재가 매년 발생하는 데는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이 큰 원인이지만 제도적인 미비도 한몫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법령 정비 시급

현행 소방 관련법은 소방검사의무를 전적으로 소방관서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 중심의 소방검사는 인력 문제 때문에 아무리 철저히 이뤄져도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건물주의 자체 점검이 기본이고, 소방관서는 대형화재가 우려되는 건축물 중심으로 특별조사를 실시하는 게 예방차원에서 효율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 법률에는 방화관리자가 건물주에게 소방시설 보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소방당국이 안전관리 위반행위를 적발할 땐 영업정지와 건축물 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다중이용업소의 화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전국의 다중이용업소는 17만7,000여 곳에 달하지만 보험에 가입한 업소는 영화관이나 백화점 등 대형업소 위주로,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현행 법령상 지하층 바닥면적 150㎡ 이상의 업소만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화재가 빈번하고 사망자다 다수 발생하는 곳은 고시원이나 노래방 등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한 공간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전문가들은 화재보험 가입을 면적과 상관없이 다중이용업소로 확대할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모든 업소의 보험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당국은 보험가입이 의무화되면 사후적 배상확보 차원은 물론이고 예방효과도 크다고 판단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보험료가 할증되고 불이 안 나면 할인되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화재예방에 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 실내권총사격장 화재를 계기로 화재위험이 높은 업소를 다중이용업소로 신속하게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부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올해 8월 실내사격장과 스크린골프장, 안마시술소를 새로 지정했다. 다중이용업소로 지정되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고 기준도 강화돼 예방효과가 훨씬 높아진다.

비파라치 경보기 설치 강화

소방방재청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제(비파라치)가 효과가 있다고 보고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달까지 방재청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1만400건에 달했고, 이 중 2,256건이 사실로 확인돼 포상금으로 1억1,200만원이 지급됐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 가보면 비상구 앞에서 시체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며 “이는 비상구에 물건을 쌓아놓거나 문을 폐쇄해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비상구만 확보됐어도 모두 살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소방방재청은 영세한 기업이나 가정을 중심으로 아직도 비상구가 폐쇄된 곳이 적지 않다고 보고 ‘비파라치’ 제도를 계속 시행해 경각심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화재 피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단독주택의 경우 단독경보형화재감지기 설치가 절실하다. 경보기는 1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손쉽게 설치가 가능하고 화재발생 조기 인지 및 신속한 대피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나라는 설치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로 인해 단독주택은 화재 피해의 최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화재경보기만 달아도 사망자를 5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며 “경보기 달아주기 운동을 통해 1차로 57만대를 화재 취약계층의 가정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 소방방재청 '화재피해 저감 원년'

한국일보와 함께 ‘화재와의 전쟁’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소방방재청은 올해를‘화재피해 저감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연말까지 화재로 인한 사망자를 10%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론 최근 3년 동안의 연 평균 화재 사망자 434명을 올해는 391명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가시적 성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올해 9월 말 현재 화재 사망자는 194명으로 예년 수준의 60%가 채 안된다. 다시 말해 화재와의 전쟁 캠페인으로 화재 사망자가 4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10% 목표 달성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성과가 기대된다.

소방방재청이 화재와의 전쟁에 발 벗고 나선 데는 후진적인 대형화재가 끊이지 않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 실제 최근 발생한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아파트인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나 지난해 발생한 부산 실내사격장 화재는 국민의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 보여줬다.

소방방재청은 화재와의 전쟁에 전 소방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소방정책과 제도, 인력ㆍ장비, 전술ㆍ작전 재정립 등 4대 분야에서 16개 중점과제를 선정해 집중 추진하고 있다.

세부추진 사항으로 화재로부터 안전한 마을을 조성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저소득 화재취약계층에게 단독경보형감지기를 무상으로 보급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펼치고, 오래된 전기와 가스안전시설을 무료로 교체하는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소방방재청과 전국 17개 소방본부, 189개 소방서에 워룸(War-Room)을 설치해 체계적 예방활동에도 나선다.

또 개별적으로 분산돼 운영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화재 예방활동 업무를 소방방재청을 중심으로 통합해 실질적인 민관 공동협력 지원시스템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에 맞는 캠페인도 지자체와 협의해 연중 실시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 숫자로 본 화재의 심각성

화재 피해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화재 사고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통계적 수치만 따져 보면 화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는데다 피해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발생 건수는 4만7,318건에 달한다. 이로 인한 40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부상자도 2,032명이나 됐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130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매일 6, 7명이 죽거나 다친 셈이다.

화재는 주변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기 때문에 재산 피해도 막대하다. 지난해 화재로 2,518억원의 피해를 봐 매일 평균 6억9,000만원이 시꺼먼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문제는 화재발생 건수나 피해 규모가 줄어들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2006년까지 3만여건 정도였던 발생 건수는 2007년 4만7,882건을 기록한 후 매년 5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와 부상자도 해마다 2,000여건에 달해 최근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소방방재청이 화재와의 전쟁에 나선 이유도 화재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화재는 소방관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다. 2000년 순직하거나 다친 소방관은 223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58명으로 늘었다. 화마로 매년 10명 안팎의 소방관이 세상을 뜨고 있는 것은 더욱 안타깝다.

화재 피해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장비는 노후화하고 있다. 전체 소방차 7,529대 중 내용연수가 경과한 노후차량은 2,236대(30%)에 달한다. 하지만 제때 차량 교체가 안돼 노후화는 매년 심화하고 있다. 이는 현장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안전사고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향후 5년 동안 노후율을 10%대로 낮추기 위해서는 매년 260대의 차량이 교체돼야 한다”며 “소방재원을 확충해 전액 국비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우선순위에서도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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