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호세 광산 구조현장에서 초초하게 대기하고 있는 매몰 광부의 가족들 사이에서 휠체어를 탄 베르나르다 로르카는 13일(현지시간) 광부 가족들이 69일만에 만나게 될 생존자에게 안겨줄 꽃을 나눠줬다. 로르카는 장애의 몸으로 칠레 수도 산티아고 길거리에서 자신이 만든 조화(造花)를 판매하며 생계를 힘겹게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33명의 광부가 매몰돼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로르카는 "칠레는 부자와 가난한 자로 분열된 나라다. 하지만 이곳 구조현장에서는 분열을 찾아볼 수 없다. 제아무리 부자라도 구두에 진흙이 묻는 것을 아랑곳 않고 매몰 광부를 구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13일 미 인터넷 매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보도했다.
지난 8월 22일 사고광산에 광부 33명이 생존해 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이 알려진 이후 칠레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광부 가족들은 광산 입구에 임시마을을 만들어 구조작업을 돕고 있다. 구출시각이 임박해지면서 인근지역 주부들은 생환 광부에게 나눠주기 위해 집에서 만든 당근 케이크 등 음식을 들고 사고현장으로 몰려오는 감동적 장면을 연출했다.
매몰 광부 중에 볼리바아인 1명이 포함된 것을 계기로 칠레-볼리비아 간 오랜 적대관계도 호전될 전망이다. 볼리비아 아이들은 학교에서 글을 깨우치자 마자 19세기 칠레와 전쟁에서 패해 광물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태평양 연안의 영토를 빼앗겼음을 잊지 않도록 교육받고 있다.
특히 억만장자 출신 우파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좌파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관계가 더 불편해졌다. 하지만 피녜라 대통령이 구조현장에 모랄레스 대통령을 초청해 회동함으로써 분위기가 좋아졌다.
하지만 지난 2월 27일 발생한 지진으로 700여명이 희생된 칠레 남부 주민들은 정부의 구조노력이 온통 산호세 광산에만 집중돼 복구작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 기적적 광부생환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았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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