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와 국립묘지 안장 방침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기여한 그의 공로로 볼 때 자격이 충분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그의 공적을 인정하더라도 국립묘지에 묻힐 만큼 합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북한 체제의 사상적 기반을 마련한 사람을 호국영령과 같은 반열에 두는 데 대해 거부감이 혼재해 있다. 더욱이 국립묘지 안장 논란은 보수ㆍ진보의 입장차뿐만 아니라 보수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인터넷 토론사이트에서는 찬반 글이 수백여개씩 올라왔을 정도다.
훈장 추서와 국립묘지 안장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북한 체제의 허구성과 실상을 알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그의 공적을 강조한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목숨을 건 망명을 통해 북한 체제의 실상을 알렸고 북한 인권문제와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했다"며 "황 전 비서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데 당내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여상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소장은 "분단과 통일에 대한 민족 차원의 의식을 우리사회에 일깨웠고 그것에 전 생애를 건 통일 운동가로서 훈장 추서는 바람직하다"며 "독립운동하고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 이진섭(65)씨는 "북한 최고 실세 중 한 사람이 체제를 부정한 것만큼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보여주는 확실한 본보기가 어디 있겠냐"며 "이러한 그의 공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훈장 추서와 국립묘지 안장에 거부감을 갖는 쪽에서는 무엇보다 국립묘지의 성격과 그의 전력을 문제 삼는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인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그는 주체사상의 주창자"라며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마당인 아고라에서 한 네티즌(황금박쥐)은 "고인이 독립운동을 했는가. 6.25 참전용사인가, 천안함에 있었는가"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비록 북한의 김정일 체제를 비판해왔지만 주체사상의 대부인 그가 사상적 전향을 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진보논객인 진중권씨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황장엽은 철저한 김일성주의자이며 원본 주체사상가로 그저 김정일과 사이가 나빴을 뿐 전향한 적이 없다"며 "국립묘지 안장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물론 그의 전향 여부에 대해서는 그가 탈북해 남한사회에 귀순한 것으로 끝난 문제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황 전 비서에 대한 평가가 진보와 보수의 입장에 따라 크게 다른 데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국립묘지 안장 방침이 사실상 결정됐기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보수진영은 주체사상 창시자였다가 체제를 부정한 황 전 비서를 상징적 인물로 만들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 반면 진보진영은 추서와 현충원 안장 등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부분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진보단체 관계자는 "공과를 동시에 가진 인물에 대해 정부가 성급하게 역사적 평가를 내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김현우기자 777 hyunwoo@hk.co.kr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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