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등에 출연한 프랑스의 세계적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46)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을 연출한 이란 출신의 유명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70)가 그들의 신작 '증명서'(원제 'Certified Copy')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두 사람은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증명서' 촬영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했다.
'증명서'는 이탈리아를 방문한 영국 작가가 화랑을 운영하는 현지의 중년 여인과 부부 역할놀이를 하다 풋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년 여인을 연기한 비노쉬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비노쉬는 "친구인 키아로스타미가 테헤란에서 만났을 때 해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며 "내용이 너무 상세해서 실화인 줄 알았는데 허구였다"고 말했다. 키아로스타미는 "처음엔 단순한 이야기에 불과했는데 비노쉬와 대화를 나누며 살을 붙이게 됐고 시나리오로 발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자 주인공은 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영국 성악가 윌리엄 쉬멜이 맡았다. 당초 3명의 배우가 물망에 올랐지만 "나이 많은 남자는 싫다"는 비노쉬의 거절로 캐스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키아로스타미는 "오페라 연출을 하다 쉬멜을 만나게 됐고 '이 남자다'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지만, 비전문 배우라 비노쉬가 반대할까 봐 촬영이 임박해서야 캐스팅 결과를 전했다"고 말했다. 비노쉬는 "상대역의 연기까지 책임져야 해서 부담이 컸지만 쉬멜은 2주 만에 완벽한 배우가 됐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미 베니스영화제('블루')와 베를린영화제('잉글리시 페이션트')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던 비노쉬는 이 영화로 칸에서도 수상함으로써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하는 진귀한 기록을 남겼다. 비노쉬는 "학교 다닐 때 늘 꼴찌로 상을 받은 적이 없어 수상의 의미가 각별하다"며 "마음을 다해 연기를 했고, 수상은 그에 따른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반체제 운동 혐의로 이란 당국에 의해 구금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던 비노쉬는 "한국엔 굉장히 비판적인 시선을 지닌 감독이 많은데 그런 감독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며 한국영화에 호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부산영화제 부대행사인 아시안필름아카데미의 교장을 맡고 있는 키아로스타미는 "아마 다음 작품은 한국이나 일본 주변에서 찍게 될 것"이라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