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의 빈자리는 역시 컸다.
주장 박지성(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빠진 '조광래호'는 매끄러운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 박지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박지성은 정신적 지주뿐 아니라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경기를 풀어가는 중심적인 구실을 한다. '박지성 시프트'라고 할 정도로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비중도 크다. 게다가 박지성은 지난 5월 일본전에서 결승골까지 터트리는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오른 무릎 통증으로 박지성이 한일전에 뛰지 못하자 언론과 팬들은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우려는 현실이 돼 대표팀에 큰 숙제를 남겼다. 이날 대표팀은 허리진이 좋은 일본을 뚫지 못해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박지성과 같이 경기를 풀어줄 중심이 없다 보니 한국은 홈 경기에서 일본에 단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신예 미드필더 윤빛가람(경남)이 박지성의 빈자리를 대신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압박이 뛰어난 일본의 미드필더진에 막혀 고전하며 제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중앙이 막히다 보니 대표팀이 자랑하는 이청용(볼턴)과 박주영(AS모나코)으로 이어지는 창의적인 공격라인도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만약 박지성이 포진됐다면 좀 더 효율적인 공격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박지성의 공백은 전술적 운영 폭도 좁혔다. 박지성은 측면뿐 아니라 중원에서도 제 몫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대표팀은 상황에 따라서 박지성의 포지션을 바꾸며 공격의 극대화를 시도해왔다. 박지성의 탁월한 멀티 플레이어 능력은 '조커 카드'까지 결정할 정도로 전술 운영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박지성이 결장한 대표팀은 이청용과 박주영, 최성국(광주상무)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플레이에 그쳤다.
경기 후 조광래 감독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리더 역할을 할 적임자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일본의 촘촘한 중원을 뚫지 못했다"며 박지성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조광래 감독
한일전은 항상 긴장된다. 일본-아르헨티나전을 보고 한일전에 대비했다. 수비 조직력이 좋은 일본을 뚫기 위해 중앙 미드필더로 박지성을 활용하려 했는데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혼란이 왔다. 전날 약간의 허리 통증을 호소한 기성용 대신 일본전 경험이 있는 신형민을 투입했다. 조용형을 올린 것은 상대 스트라이커 혼다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상대를 압박하는 건 괜찮았지만 공격 시 2선 침투가 없어 최전방에서 좋은 찬스를 만들지 못해 아쉽다. 여전히 선수 능력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고,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쉽게 실점하지 않는 부분은 만족한다. 아시안컵 때까지 미드필더와 공격라인의 움직임만 좀 더 보완한다면 무서운 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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