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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화훼영모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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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화훼영모대전’

입력
2010.10.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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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과 10월, 일년에 두 번 문을 열고 각각 보름 동안만 관람객을 맞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올 가을 전시는 꽃과 풀(花卉ㆍ화훼), 새와 짐승(翎毛ㆍ영모) 그림을 모은 것이다. 간송미술관이 17일부터 31일까지 ‘화훼영모대전’을 열고 고려 공민왕(1330~1374)의 양 그림부터 이당 김은호(1892~1979)의 참새 그림까지, 미술관이 소장한 동식물 회화의 대표작 100여점을 공개한다. 600여년의 시간에 걸쳐 같은 대상을 표현한 그림들을 통해 시대정신과 미술기법의 변화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다.

가장 시기가 앞선 작품인 공민왕의 ‘이양도(二羊圖)’는 전문 화가 못지않은 섬세한 표현력으로 얼룩양 두 마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 양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그림을 보고 고정관념에 따라 그린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 전기의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 중에도 낯선 것들이 많다. 웅크리고 있는 들소를 그린 김시(1524~1593)의 ‘야우한와(野牛閒臥)’를 비롯해 이경윤(1545~1611), 이징(1581~?) 등의 소 그림은 모두 우리의 소가 아니라 중국에 서식하던 물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예술이 꽃이라면 이념은 뿌리”라며 “조선 전기에는 중국의 주자성리학을 따랐기에 자연히 그림도 중국의 것을 그대로 흉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등에 의해 조선성리학이 정립되자 그림 역시 확연히 달라진다. 조속(1595~1668)의 까치, 윤두서(1668~1715)의 말 그림 등 주변의 친숙한 동식물을 담은 작품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주위 환경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리는 경향은 겸재 정선(1676~1759)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다. 수박을 훔쳐먹는 들쥐를 그린 ‘서과투서(西瓜偸鼠)’, 연보라색 국화꽃을 배경으로 방아깨비를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추일한묘(秋日閑猫)’는 겸재의 그림으로는 희귀한 영모화다. 호방한 필치로 우리 산천을 담아냈던 겸재의 그림이 맞나 싶을 만큼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고양이 그림을 하도 잘 그려 ‘변고양이’로 불렸다는 화원화가 변상벽(1730~?)의 ‘국정추묘(菊庭秋猫)’도 눈에 띈다.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였던 그는 초상화를 그리듯 고양이 털 한 올 한 올의 질감까지 살려냈다. 김홍도(1745~1806)의 동물 그림은 단순한 사생을 넘어 회화성까지 가미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는 노란 고양이가 나비와 시선을 맞추고 있는 장면을 그린 ‘황묘농접(黃猫弄蝶)’, 귀여운 강아지들을 바라보는 어미개를 그린 ‘모구양자(母狗養子)’등이 나온다. 관람료 무료. (02)762-0442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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