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모두에게 민감한 조건, 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신장이 일정 기준 이하인 남성의 회원 가입을 제한한 몇몇 결혼정보회사에게 관행을 개선토록 권고했습니다. 물론 저희 회사는 해당되지 않았고요. 오히려 키 작은 남성들을 많이 결혼시켰으니까요. 배우자 선택 조건에서 신체 매력은 참 중요합니다.
그런데, 결혼 조건에는 만나기 전에 중요한 것과 만남 이후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만나기 전에 중요한 것 중에는 만남 이후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이성을 만날 때는 대개 외모, 키, 학벌 등을 따집니다. 하지만 정작 결혼생활의 행복을 좌우하는 요인은 성격이나 가정환경 같은 것들입니다. 미혼들이야 결혼을 해보지 않았으니 이런 사실이 가슴에 잘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여러 조건들 가운데 남녀 공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키입니다. 남녀 간 만남을 주선하다 보면 키에 얽힌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어느 남성의 키가 170㎝에서 176㎝로 둔갑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일이지요. 요즘은 전산으로 정확하게 입력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이 남성은 가입상담을 하면서 170㎝인 자신의 키를 172㎝라고 약간 늘렸습니다.
커플매니저는 호감도가 상당한 이 남성의 키를 174㎝로 기재했습니다. 이어 또 다른 커플매니저는 소개를 잘하고 싶어서 키가 진짜 174㎝인줄 알고 다시 176㎝로 늘렸습니다. 결국 176㎝로 알고 이 남성을 만난 여성에게서 항의를 받아야 했고요. 예전에는 이런 일이 많았습니다. 그 만큼 키는 남녀 만남에서 중요한 조건입니다. 남성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키 작은 사람 중 이혼이 드문 이유
저희 회사에는 원하는 이성의 조건을 직접 검색해서 만나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가장 많은 요구가 키를 검색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요구가 워낙 많아서 고려해 볼만도 하지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중요하지 않은 조건 때문에 좋은 만남에 또 하나의 장애물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부부가 결혼생활을 하는 데 키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예가 있습니다. 대머리나 키 작은 사람 중에는 이혼자가 드물다는 사실입니다. 만남 성사가 힘든 이들에게서 이혼이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머리나 작은 키는 이성을 만나기 어렵게 합니다. 하지만 일단 만난 후에는 이런 콤플렉스가 더 큰 노력으로 작용합니다. 외모를 많이 따지는 시대에 대머리라도, 키가 작아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신랑감이지요.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가 봅니다. 그럼에도 키는 남녀 만남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상대를 만나야 노력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의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키를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호감 있게 바꿔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최고의 전략입니다.
한 여대생의 루저 발언으로 남성의 키가 도마 위에 올랐었지요. 그러나 키 작은 남성들을 만드는 것은 여성들이 아니라 남성들 자신입니다. 작은 키를 콤플렉스로 생각해 움츠러들고, 키의 'ㅋ'자만 나와도 신경을 곤두세우곤 합니다. 실은 키만 조금 작을 뿐이고, 다른 장점도 많은데 말입니다. 남자로서 큰 키를 선호하고, 선망하는 사람들에게 키는 결혼생활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 키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는 것, 세상의 편견에 용감하게 맞서는 것, 멋지지 않습니까?
■ 남녀본색
●키 작은 남성들의 성공전략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결혼의 주인공이 되게 했을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키가 165㎝ 미만인 데도 결혼한 남성 84명의 특징을 분석했다. 담당 커플매니저들의 면담을 통해 파악한 특징들이다.
●이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환한 인상(40.7%), 밝고 원만한 성격(36.0%), 유머감각(10.5%)이다. 키는 불변의 조건이지만, 인상이나 성격 등을 바꾸면 얼마든지 좋은 만남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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