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나려고 해요. 준수는 국보급 스타가 분명해요. 일본인 10명 중 9명은 동방신기를 좋아할 걸요?”
지난 10일 밤 ‘김준수 뮤지컬 콘서트’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전날 밤 일본에서 서울로 날아왔다는 회사원 마에다(60)씨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가벼운 점퍼와 단화 차림의 그는 환갑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지난 2월에도 준수가 출연한 ‘모차르트!’를 서울에서 두 번이나 봤어요. 준수 공연을 보기 위해서라면 100만원짜리 비행기표도 아깝지 않았죠.”
지난 7~10일 열린 이 공연에는 하루 평균 6,000~7,000명의 관객이 몰렸다. 대다수가 과거 동방신기 멤버였던 김준수(시아준수)를 보기 위한 팬들이었다. 공연기획사 EMK뮤지컬컴퍼니에 따르면 관객들 중 외국인의 국적을 파악한 것만도 일본, 중국, 대만 등 7개 국. 일본의 경우 싸게는 30여만원에도 살 수 있었던 왕복 비행기표가 이 공연 때문에 100만원대로 껑충 뛰었고,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초 공연한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최근 한류 스타를 앞세운 뮤지컬들이 선전하고 있다. 공연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라 더욱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이후 뮤지컬이 본격적으로 산업화된 데 이어, 한류 열풍이 다시 한번 공연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뮤지컬은 기존에 한류를 주도해온 대중가요, 드라마와 비교할 때도 이점이 많다. 지금까지는 스타들이 주로 외국으로 진출했다면, 공연은 외국인을 국내로 끌어들여 관광수입 증대에도 직결시킬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동방신기 출신의 정윤호(유노윤호)를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 ‘궁’도 그렇다. 제작사 그룹에이트는 미리 일본어 자막을 준비하고, 일본 내 기획사를 통해 항공편, 숙박 등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등 전략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했다. 그 결과 정윤호가 출연하는 12회 분량(800석)을 모두 매진시켰는데, 관객들 중 60%가량이 일본인이었다.
이 밖에도 ‘락 오브 에이지’와 ‘쓰릴미’는 일본 공연예매사이트 티켓피아에서 표를 팔고 있다. ‘락 오브 에이지’의 제작사 엠뮤지컬컴퍼니는 일본에서 걸려오는 전화만을 응대하는 상주 직원까지 둘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뮤지컬 한류를 이끄는 것은 대부분 신생 제작사들. 주류 뮤지컬 업계에서는 김준수라는 이름을 금기시할 정도로 아직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기존 제작사들은 오락으로만 승부하면 작품이 오랜 생명력을 지닐 수 없다고 판단,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제작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전체 뮤지컬 시장을 놓고 보면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도 관광객 수입이 없다면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내국인만으로는 대극장 작품에서 절대 흑자를 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뮤지컬의 한류는 반길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엑스맨’ 등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휴 잭맨이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스타 비히클(star vehicleㆍ특정 배우의 재능 및 매력을 나타내기 위해 제작한 작품)의 한 사례로 소개하며 “이 같은 현상을 인정하고 공론화해서 기존 제작사가 가진 노하우와 실력 있는 스타의 조합으로 더 좋은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발전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 한류 1세대 공연 ‘난타’의 성과는?
공연계에서 한류의 선두주자는 ‘난타’이다. 전용관 개관 10주년을 맞은 비언어극 ‘난타’가 낳은 기록을 보면 잘 만든 공연 한 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전국 4개 전용관의 객석 80%를 외국인으로 채우는 이 공연이 지금까지 벌어들인 외화는 약 1,25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절반에게 스타벅스 커피 한 잔씩을 돌리고도 남는 돈이다. 티켓을 차곡차곡 쌓으면? 30장을 겹쳤을 때 두께가 1cm라고 하니, 유료 티켓 416만 6,666장을 쌓으면 63빌딩 높이의 5배인 1.4km가 된다.
현재 누적관객 550만명을 넘긴 난타의 제작사 PMC프러덕션은 “세계 주요 도시에 난타 전용관을 열어 세계인이 즐기는 공연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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