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새벽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한 유명 난실(蘭室)에 박모(50)씨가 방범용 쇠창살을 산소 용접기로 자르고 조용히 침입했다. 이 난실은 한국난문화협회 전 회장인 류모(61)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희귀난 1,000여분(盆)이 재배되고 있는 곳. 박씨는 이중 한 분당 6억원을 호가하는 단엽소심 등 희귀종만 골라 총 40억원 상당의 난 280분의 뿌리를 뽑아 훔쳐 달아났다.
중장비업자인 박씨는 5년 전 도박장에서 희귀난이 난 애호가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직접 난을 배양하기도 했지만 실패를 거듭하자 직접 난을 훔쳐 생활비를 마련하고 도박빚을 갚으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을 통해 난실 정보를 수집한 박씨는 류씨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난 소장가인 점을 알아채고, 올해 3차례에 걸쳐 류씨의 난실을 사전 답사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박씨는 훔친 난을 부천 소사동에 있는 120여㎡ 규모의 배양실로 옮긴 뒤 난 애호가이자 장물업자인 김모(53)씨를 통해 90분을 5,300만원에 팔아 넘겼다. 박씨는 이 돈을 사설경마와 도박 등으로 진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류씨로부터 도난신고를 접수하고 이를 추적하던 중 김씨로부터 난을 사들인 다른 김모(49)씨가 류씨에게 연락해 “당신이 도난 당한 것이 맞느냐”고 확인 전화를 한 사실을 밝혀내 이들을 붙잡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특수절도 등 혐의로 박씨와 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난을 사들인 김씨 등 2명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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