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남중국해 영토분쟁 해소를 위해 ‘다자 기구’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사이의 영토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세안+8’국방장관 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찾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간) 하노이 베트남국립대학 강연에서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안보 과제에 대응하려면 다자간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토 분쟁 당사자들이 중심이 된) 양자 관계에만 배타적으로 기대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에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 장관이 “남중국해 분쟁은 워싱턴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며, 중재자로 워싱턴이 역할을 하겠다”고 말해 중국의 분노를 불렀었다. 남중국해 천연자원 매장지의 영유권을 두고 동남아 국가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이해 당사국들간의 양자 협상으로 분쟁을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미국의 개입을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에 반발해 중국이 군사 교류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이후 처음으로 양국 국방장관이 만났다.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은 이날 게이츠 장관과 하노이 현지에서 만나 내년 초 자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게이츠 장관은 이를 수락했다.
한편 미중 간의 군사 갈등이 신세대 중국 장교들의 지나친 반미주의 시각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미중 장교들은 소련에 대항해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기도 했지만, 현재 젊은 중국 장교들은 미국을 지나치게 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미 국방부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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