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잉어는 관상어로 사육되는 고급 어종으로, 번식을 위해 종자로 삼아 기르는 종어(種魚)의 가격은 마리당 수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부도 비단잉어를 세계 일류 100대 상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비단잉어 소송은 2006년 9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양천구 신정3지구 내 국민임대주택을 짓기로 하면서 비롯됐다.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서 비단잉어 양어장을 운영하던 박모(59)씨는 5년 간 기르던 고급 관상어를 이전해야 했다.
문제는 환경에 민감한 비단잉어가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경우 적지 않은 수가 죽게 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폐사율은 30~35%선. SH공사는 폐사율을 적용한 이전 손실금을 양어장 주인 박씨에게 물어줘야 했다.
이전 당시 SH공사가 조사한 비단잉어 수량은 치어 10만마리와 성어 6,000마리, 종어 50마리. 성어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 25~30㎝, 40㎝내외, 45~50㎝, 60~65㎝로 구분했다. 70~80㎝에 달하는 가장 비싼 종어도 암수로 나눠 가격을 따로 매겼다.
법원으로부터 자문용역을 의뢰 받은 부경대 수산과학연구소는 비단잉어를 기르는 충북 진천군 등 다른 양어장 세 곳의 판매단가를 산술 평균해 성어 가격은 마리당 최대 750만원, 종어는 1,450만원으로 평가했다. 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박씨 양어장의 총 값어치는 106억원, 폐사율을 적용한 손실 보상금은 32억3,000만원으로 추정했다.
반면 법원감정인들의 평가는 달랐다. 양어장 세 곳이 제시한 가격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별도로 판매단가를 결정해 성어는 최대 100만원, 종어는 150만~500만원이 적정하다고 제시했다. 부경대가 산출한 가격의 5분의 1 수준으로, 비단잉어 총 판매가도 21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생산량 조절의 어려움과 재고관리 비용 등을 고려한 감액률까지 적용한 결과 손실금액은 1억3,700만원으로 산출됐다. 부경대가 계산한 보상금과 비교해 24배 가까운 차이가 난 것이다.
박씨가 받게 될 손실금은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 가에 따라 달라지게 됐다. 치열한 공방 끝에 법원은 전문기관보다 감정인 측 주장을 주로 받아들여 SH공사가 박씨에게 지급할 손실액을 3억8,000만원으로 결정했다. 부경대가 산출한 가격의 11.7% 수준이었다.
양어장 주인은 강력 반발했다. 박씨는 “전문기관이 평가한 가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SH공사는 법원이 폐사율을 너무 높게 적용했다며 손실금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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