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대기업 강신영(39) 차장은 10년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고집하고 있다. 도심에서도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외 나들이 때는 짐을 싣고도 다섯 식구가 여유 있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새차를 구입하려는데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강씨는 두번에 걸쳐 현대차 투싼과 산타페를 몰아왔는데 다음 차종이 마땅치 않은 것. 국산 대형 SUV가 몇 개 밖에 없을뿐더러 그마저 나온 지 3~4년씩 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높은 좌석에 앉아 운전하는데 익숙해 세단형을 구입할 생각은 없다"며 "국산 신차를 사기 위해 1~2년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수입 SUV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야외 활동이 활발한 가을을 맞아 SU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국산 SUV가 모델 교체시기로 신차가 뜸한 시기여서 수입차 업체들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국산 SUV는 올해 기아차의 스포티지R, 지난해 투싼ix 정도에 불과하다. 출시 예정인 차도 쌍용차의 코란도C(11월예정)정도다. 수입차로서는 공세의 적기를 만난 셈이다.
판매량에 있어서도 최근 수입 SUV는 9월까지 1만227대가 팔렸다. 이같은 추이라면 이번 달에 지난해 판매량(1만1,332대)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올해 지난해보다 30%가량 판매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산 SUV는 9월까지 17만5,768대가 팔렸다. 연말까지 지난해 판매량(24만5,862대)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 9월까지 수입 SUV 베스트 5는 혼다의 CR-V(1,022대), 폴크스바겐의 티구안2.0 TDI(831대), 아우디Q5 2.0 콰트로(595대), 크라이슬러 지프 콤파스(510대), 도요타(라브4(495대) 순이다. 세단형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독일계와 일본계 업체가 강세인 가운데 크라이슬러의 선전이 돋보인다.
2008년 처음 선보인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은 혼다의 CRV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름은 호랑이(Tiger)와 이구아나(Iguana)의 합성어로 힘과 민첩성, 안정성을 상징한다.
폴크스바겐은 이달 2011년식 2.0 TDI를 출시했다. 부분 변경 모델이기는 하지만 6단에서 7단으로 변속기를 교체했다. 덕분에 연비가 리터당 15.0㎞(1등급)로 향상됐다. 최대출력 140마력에 오프로드에서 네 바퀴가 노면 사정에 따라 각각 움직이는 4모션 시스템을 갖췄다. 가격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 4,330만원.
고가 SUV시장에는 아우디의 Q시리즈가 있다. 특히 4륜구동 승용차의 대명사인 아우디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Q5는 기존 2.0TDI 모델에 이어 지난 5월 3.0 TDI가 출시됐다. 3.0 TDI는 3,000㏄ 터보 직분사 디젤 TDI 엔진, 7단 듀얼 변속기가 탑재돼 최고출력 240마력, 최고속도 225㎞를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6.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고성능 세단 수준이다. 가격은 3.0 TDI가 7,460만원, 2.0 TDI가 6,030만원.
아우디는 이밖에 최고 출력 340마력을 자랑하는 뉴Q7 4.2 TDI(1억2,320만원), 3.0 TDI(9,330만원)를 갖추고 있다. Q7은 60개의 스피커를 탑재하는 등 럭셔리 SUV를 지향하고 있는 모델이다.
고가 시장에는 BMW의 뉴 X5도 가세하고 있다. 가격이 9,170만~1억2,980만원이나 된다. 8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돼 주행이 부드럽다는 평가다. 특히 BMW X5 엑스드라이브50i는 V8엔진에 고정밀 직분사 방식을 적용, 최고출력 407마력이라는 괴력을 자랑한다.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장착된 BMW X5 엑스드라이브30d는 최고 출력 245마력이다.
크라이슬러는 이달 북미 SUV 전통의 강자 그랜드 체로키의 4세대 모델인 올뉴 그랜드 체로키로 국내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랜드 체로키는 출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400만대가 넘게 팔린 모델이다. 이번 새 모델은 3.6리터 V6 엔진을 장착, 최대출력 286마력이다. 연비는 리터당 7.8㎞. 가격은 5,590만~6,890만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SUV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며 "특히 5,000만원이 넘는 고가 시장은 수입업체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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