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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사망/ 故 황장엽씨 수양딸 김숙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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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사망/ 故 황장엽씨 수양딸 김숙향씨

입력
2010.10.1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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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넘게 어른과 인연을 맺어 왔는데…”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수양딸로 상주를 맡고 있는 김숙향(68)씨는 11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른께서는 북한의 3대 독재세습에 대해 정말 안타까워했다. 속상해 분사(憤死)하신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정맥 파동이 조금 불안했을 뿐 계속 드시는 약도 없었다”며 황 전 비서가 갑자기 떠난 게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김씨는 황 전 비서의 최근 심경에 대해 “변한 게 없는 북한 현실에 힘들어했고 천안함 사태 때 북한 소행이라고 믿지 못하는 국민들에 대해 너무나 실망했다. 이런 울분이 쌓여 결국 심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저렇게 가신 것 아닌가”라며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가 어른으로 받들었던 황 전 비서와 처음 인연을 맺은 때는 황 전 비서가 망명하기 전인 1995년. 중국 선양(瀋陽)에서다. 김철호 전 명성그룹 회장(72)의 여동생인 그는 80년대 초부터 금강산 관광 개발을 추진해 온 김 회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중국에 머물며 북측 인사들과 접촉했고 이 때 황 전 비서의 측근인 김덕홍씨와 친분을 맺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김씨는 2년 뒤 황 전 비서 망명 때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하는 중개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그 이듬해인 1998년 12월 남한에 온 황 전 비서의 수양딸로 입적했다. 김씨는 “어른께서 망명 당시 함께 온 김덕홍씨를 통해 여러 차례 간곡하게 요청을 했다”며 “나에게도 가족이 있고 해서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큰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 대표도 맡는 등 황 전 비서를 옆에서 보필했다. 황 전 비서가 홀로 지내던 안전가옥에도 가끔 찾아가 말벗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돌아가시기 이틀 전 어른께서는 김정일 세습독재 반대를 위해 탈북자들과 모임을 가졌다”며 북한의 민주화를 향한 황 전 비서의 마지막 열정을 회고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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