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및 고용 확대, 국가브랜드 상승 등 직ㆍ간접적인 경제적 효과가 적게는 21조원(삼성경제연구소), 많게는 31조원(무역협회)으로 추정된다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정확히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탄생해 지난해 9월 피츠버그 회의에서 세계 경제질서를 다루는 '프리미어 포럼(최고위 협의체)'으로 격상된 G20 정상 회동은 이번이 다섯 번째. 특히 G7(주요 선진 7개국)이 아닌 신흥국에서 처음 열리는 회의인 데다 G20의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도전적 과제들이 널려 있어 긴장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
환율전쟁 G2의'OK목장' 될 우려
시기적으로도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을(Shared Growth Beyond Crisis)'이라는 슬로건의 이번 회의가 부각된다. 10월 초 벨기에서 '보다 효과적인 세계 경제 거버넌스에 관한 브뤼셀 선언'을 채택한 아시아ㆍ유럽 48개국 정상회의(ASEM)가 열린 데 이어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가 개최됐고 내주 말(22~23일) 경주에선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예정돼 있다. 또G20 정상회의 직후엔 일본 요코하마에서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두 달새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오가는 지구적 경제포럼이 줄을 잇고 서울 G20 정상회의는 그 중심에 있다.
그러나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국제금융기구 개혁, 저개발국 지원 등의 의제를 주도하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은 크게 흐트러졌다. 글로벌 불균형의 책임과 개선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환율분쟁이 일본 유럽연합(EU)은 물론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까지 번지면서 서울이 이들의 각축장이 될 공산이 커진 까닭이다. 환율 문제에 대한 묵시적 절충점이라도 찾지 못하면 다른 의제는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고 G20체제의 효용성과 역할도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정부는 G20 테이블에 환율 의제가 올라오는 것을 극구 꺼렸다.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서울서 우군을 모아 중국과 정면 승부하겠다고 공언하자 윤증현 장관이 서둘러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은 단적인 예다.
하지만 미국 하원이 서둘러 환율조작 의심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유럽도 위안화 절상압력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정부의 눈치보기는 더 이상 통할 수 없었다.
다행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ASEM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나 위안화 절상 문제를 빼고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 해소와 지속성장을 논의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기회를 가진 점이다. 회동 이후에도 원자바오 총리가 '세계적 재앙'운운하며 반대 목소리를 더 높인 것을 보면 양해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지만 판을 깰 수 없는 의장국의 입장은 수용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이 귀국 후 "G20 회의에서 환율문제를 포함, 여러 가지 공조할 게 많다"며 환율논의 공식화와 지속성장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제 폐막한 IMFㆍWB 연차총회가 해법 도출에 실패한 환율마찰 의제가 서울 G20회의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예고한 것을 봐도 그렇다.
실속있는 균형자 역할 잘 설계를
그렇다면 이제 정부는 성실하고 공정한 조정자 혹은 중재자로서의 역할과 전략을 잘 설계해 서울이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OK목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반체제 인사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서구의 음모와 공세를 의심하는 중국의 입장과,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과 책임을 신흥국에 전가하는 미국 일방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지혜가 요구된다.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한 차기 의장국 프랑스와의 협의도 중요할 것이다.
반면 잔칫상을 차리는 데 집착해 집안 살림을 구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글로벌 리더십도 좋고 '코리아 이니셔티브'도 좋지만 자율적인 외환ㆍ금융 관리를 앞서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프리미엄과 리스크의 공존, 이 대비를 꿰뚫는 게 서울 G20을 준비하는 자세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