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야기해가면서 플레이 해야지 뭐 하는 거야 지금?” “패스-패스-패스!” 4일 오후 인천환경공단 송도 종합스포츠센터 운동장이 코치와 선수들의 고함소리로 가득하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처녀 출전하는 7인제 여자럭비 대표팀의 훈련이 한창이다.
스크럼을 짜는 선수들의 눈빛이 매섭다. 운동장을 몇 바퀴 전력질주하고 난 후 태클 패스 기본기 훈련을 하고 나면 이내 온몸이 땀투성이다. 가벼운 타박상은 기본이고 손가락 발목 어깨 등 테이프를 감지 않은 곳이 없다.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재소집 이후 첫 훈련이어서 다시 숙소로 향하는 선수들의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숙소에 들어오면 저녁 식사 후 간단한 치료를 받고 개별 훈련이 계속된다. 호텔 앞 주차장, 어두운 가로등을 야간조명 삼아 패스를 주고 받는다. 일부 선수들은 지하 헬스클럽에서 부족한 체력단련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한다. 개별훈련이 끝난 후에도 대학생인 몇몇 선수들은 중간고사 준비에 바쁘다.
여자럭비 대표팀은 6월 5일 공개선발과정을 거쳐 사상 처음으로 구성되었다. 선수들 중 절반은 럭비공을 처음 만져 보았고 일부는 국내거주 외국인 아마츄어팀에서 일주일에 한번 럭비를 해 본 것이 전부였다. 7월초 본격적인 합숙훈련에 돌입한 지 불과 2주 만에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 성적은 예상대로 참담했다. 아시아 7인제 여자럭비 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은 태국에 47-0, 대만에 52-0, 필리핀에 31-0, 인도에 22-7로 4전 전패를 기록했다. 그나마 사상 첫 득점을 올린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문영찬(51)감독은 ”선수들이 소속팀이 없어서 주말에 집에 갔다 다시 소집되면 운동능력이나 감각이 떨어져 훈련에 애를 먹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렇지만 ”남자들도 힘들어 하는 럭비를 그것도 처음 만들어진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훈련해 주는 것만도 고맙고 대견하다”며 칭찬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이번엔 반드시 1승 올려야죠” 이민희(23) 주장의 당찬 각오에 ”내친 김에 우승해서 청와대까지 갈까요? 하하하” 선수들이 희망으로 밝게 화답한다.
U-17 월드컵에서 우승한 여자축구가 20년 전 그랬듯 이제 첫 단추를 끼기 시작하는 7인제 여자럭비 대표팀. 훈련에서 흘린 땀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맘껏 펼쳐 보이기를 기대한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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