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서울 강남의 부유층 자제를 상대로 월 1억5,000여만원을 버는 불법 고액 과외방 강사라고 경찰에 고발(본보 9월14일 10면)했던 박모(44)씨가 실은 강사경력이 전무한 무명 과외강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번 금액도 월 500만원 정도였다.
경남 마산 출신인 박씨가 3년 전 상경을 결심한 건 서울에서 자리잡은 절친한 고교동창의 영향이 컸다. "강남은 아무리 못 가르쳐도 과목당 30만원은 쳐준다"는 말에 솔깃해 부인과 다섯 아이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내로라하는 대치동 유명 대형학원 등에 비해 박씨의 실력은 턱없이 밀렸다. 개인과외로 돈을 벌기 어렵자 박씨는 대학생을 고용해 부족한 과목의 수업을 시키고 자습관리 등도 할 수 있는 과외방을 차리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해 9월 박씨는 강남구 도곡동의 고급아파트 스위트룸(244.69㎡)을 과외방으로 빌렸다. 월세가 무려 650여만원이라 살던 집까지 뺐다. 박씨는 우선 고교동창 등 지인의 자녀를 상대로 "과외뿐 아니라 자습까지 돌보며 집중적으로 교육시켜주겠다"고 꼬드겨 첫 달 고3 수험생 4명을 모집해 실제 운영에 들어갔다. 주로 중3이나 고3 수험생들로 박씨의 과외방에서 방과 후 2~3시간 과외를 받은 후 나머지 시간은 자습을 했다.
이후 박씨는 6개월간 약 20명의 학생을 모집했다. 대부분 아는 선배나 동창 등의 자녀였다. 학생 수가 늘어나자 올 들어선 같은 아파트 바로 아래층 한 채를 더 빌렸다. 과목당 30만원씩 최고 250만원(8과목 수강)을 낸 학부모도 있었다. 박씨는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경험을 밑천 삼아 사시 시험과목인 국어와 역사를 가르쳤고, 영어와 수학은 매달 1인당 100만원을 주고 아르바이트 대학생 5명에게 맡겼다.
궤도에 오른 듯했던 박씨의 과외사업은 4월께 아이들이 오가는 걸 수상히 여긴 주민의 신고로 막을 내렸다. 교육당국은 월수입 1억5,000만원을 벌어들인 불법 고액강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는 달랐다. 경찰이 계좌를 추적해보니 박씨가 지난해 9월부터 올 4월까지 7개월간 벌어들인 수입은 1억4,000여만원이었다. 게다가 7개월 아파트 임대료(7,000여만원)와 대학생 강사비용(3,000만원 남짓)을 제외하면 월 500만원 정도만 박씨 몫이었던 셈이다. 그는 이를 생활비와 다섯 아이의 교육비로 썼다.
경찰은 "박씨가 강남 고액 과외방을 운영했다고 알려졌지만, 대치동 유명 학원강사나 고액 전문강사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과외사업을 했을 뿐이었다"고 했다. 실제 박씨는 지방대를 졸업한 뒤 십수년간 고시공부를 하다 실패하자 막노동과 단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박씨는 "식사를 제공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역할을 해줬을 뿐 고액 족집게강사는 아니었다"며 "대치동 과외시세라는 게 있어서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고를 떠나 돈을 받을 수 있었던 같다"고 말했다.
서울수서경찰서는 박씨를 학원설립법(미등록 학원교습)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달 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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