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행복한 서울, 세계가 사랑하는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1,000만 서울시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오세훈 시장이 8일로 민선 5기 취임 100일을 맞았다. 오 시장은 6ㆍ2지방선거에서 서울시 25개 구청장 중 21곳에서 여당이 참패하는 쓰나미 상황에서도 순전히 자신의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살아남아 서울시 최초의 민선 재임시장이 된 주인공. 민심의 혹독함도 체험한 오 시장은 "가장 달라진 게 마음가짐"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그는 "강연 등 설득하는데 할애했던 4기와 지금은 (시민의 의견을) 주로 듣는다"고 했다. 최근 한나라당이 중진회의에 참석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그는 "당에서 요청이 오더라도 (시정에) 필요한 경우에만 참석할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상징 브랜드인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관련해 "시의회가 반대한다고 해서 중단되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취임 100일이 됐는데 소회가 어떻습니까.
"민선4기 때는 강연을 많이 다녔습니다. 제 강의를 들은 분이 약 5만명 됩니다. 민선5기 들어서는 '듣겠다'는 자세로 마음가짐을 바꿨습니다. 요즘 현장시정 설명회에 가면 강연시간은 2,3분으로 줄여 끝내고, 100분간 (시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답변도 최소화하고, 최대한 경청합니다. 들으니 확실히 도움이 되더군요. '정책이 현장에선 이렇게 집행되고, 이렇게 느끼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돼 현장을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게 가장 달라진 점이죠."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을 대법원에 제소했는데 패소하면 상처가 클 거 같은데요.
"승소나 패소에 앞서 원칙이 중요합니다. 시의회는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시와 충분한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3무(無)학교'나 무상급식은 협의체 만들고 대화 노력을 했는데, 서울광장은 뭔가에 쫓기듯 굉장히 서둘러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습니다. 정치집회 허용에 대한 시민의견도 묻고, 여론조사나 공청회도 해야 하는데 10만명 서명만 가지고 '서울시민 의사가 다 드러난 것 아니냐'는 논리를 폈습니다. 서울광장과 관련해 시는 원칙을 갖고 정치적 성격의 집회도 상당히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해왔습니다. 폭력ㆍ과격 시위로 흐를 가능성이 없다면 문화제 형식으로 제목을 바꿔 허가해줬습니다. 나름대로 패턴을 잡혀가는 중인데 어느 날 갑자기 먼저 신고한 사람이 기득권을 갖도록 했습니다. 새 패턴을 정착시키려면 그 만큼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 시장께선 예전 환경운동과 민변 활동도 했는데, 시장이 아닌 개인적으론 서울광장 신고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웃음) 시장 자격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개인의견을 묻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대법원 제소가) 당의 입장을 대변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서울시 부채가 3조원이 넘는데 시 재정은 문제가 없나요.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도쿄나 뉴욕 같은 1,000만 도시들은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100%가 넘습니다. 서울은 13%입니다. 국제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우량하고 건전한 채무 상황입니다. 4년 전 취임할 때 1조1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늘었는데 분석해보면 전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그렇게 된 것입니다. 당시 중앙ㆍ지방정부 모두 적자재정을 내 공사를 선 발주하고 일자리 창출하는 게 정책방향이었습니다. 연유야 어떻든 제 임기 4년 내에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부채를 환원시킬 것입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시 세입의 30%가 부동산 거래세인데 작년과 올해 거래가 없어 수입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내년까진 허리띠 졸라매야 합니다. 내년 예산 중에 신규사업은 15% 순감해 편성하는 원칙으로 실ㆍ국의 예산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 민선4기부터 진행한 디자인서울 등 간판 사업들이 축소됩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인서울에 큰 예산이 투자되는 걸로 아는 분이 많은데,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합니다. 디자인서울은 모든 시정을 디자인과 도시경관이란 원칙과 비전 아래 해 나간다는 행정원칙 내지는 시정철학입니다. 같은 값이면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시의회가 비판한다고 해서 디자인서울이 타격 받거나 중단되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것입니다."
-한강르네상스도 마찬가지인가요.
"한강르네상스를 '삽질이다, 토건이다' 하는 건 이번 선거 때 나온 정치공세일 뿐입니다. 실제 한강변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시민들이 더 잘 알고, 더 좋아합니다. 요즘 주말 이용객이 10배나 늘었습니다. 쳄픽링?처음엔 4대강 사업과 연관 지어 비판했는데, 하절기를 거치면서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한강변 자전거길과 산책길을 친환경으로 만든 건 잘했다 하고, 다만 서해뱃길사업은 안된다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뉴욕은 금융, 파리는 패션처럼 서울은 떠오르는 특징이 없습니다. 서울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저는 오래 전부터 서울형 신성장 동력산업을 육성해왔습니다. 거기엔 관광, 디자인패션, 디지털컨텐츠, 금융ㆍ유통, 비즈니스 서비스, R&D(연구개발), 컨벤션 등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엄청난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27위, 30위하던 도시경쟁력이 9위까지 20위 단계나 올라갔고, 향후 4년간 더 오를 것입니다. 관광 부분도 동북아에서 이미 도쿄를 제쳤고, 부동의 2,3위 지키고 있습니다. 가속도를 붙여 4년 후에는 서울의 전체 도시경쟁력을 세계 5위까지 끌어 올리겠습니다."
-금융이나 관광부문은 환율 덕도 있지 않았나요.
"2009년 경제위기 때 다 환율 덕이라 했지만 상대적으로 엔화나 위안화보다는 원화가 낮았습니다. 그땐 아무리 도시경쟁력을 말해도 믿지 않았는데, 올해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설명 하겠습니까. 시장에 취임해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세계적 금융전문가를 초청해 금융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한 외국 금융전문가가 '당신 비전이 뭐냐'고 물어 문화와 디자인으로 승부한다고 했더니 '그러면 서울이 금융허브가 되는 건 걱정할 것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금융허브가 되려면 외국 최고 금융전문가들이 서울로 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쾌적한 주거환경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4년간 외국 상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저명한 국제학교를 계속 만들었습니다. 외국어가 되는 병원과 부동산도 몇 백개 선정했습니다. 이런 건 중앙정부가 못하는 것입니다."
-시의회가 주장하는 무상급식보다 '3무 학교'실현이 더 돈이 많이 들지 않나요.
"교육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해야 합니다. 우선 학교에서 범죄와 폭력이 없어져야 합니다. 다음으로 저소득층 하위 30% 가정의 아이들이 사교육비에서 자유로워야 됩니다. 중산층 이상 아이들에게 무상급식할 재원이 있다면 이것들을 해결한 뒤에 해야 맞습니다. 저소득층의 사교육비를 없애고, 그 다음이 무상급식입니다."
-올해 큰 설해와 수해를 겪었는데 천재지변에 대한 근본대책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100년에 한번 온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온난화에 따라 바뀐 강우 패턴에 맞춘 기준설정이 필요하단 건 인정합니다. 그러나 펌프용량이나 하수관거정비 같은 게 몇% 용량을 늘려야 할지는 전문가 토론과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곧 시작합니다. 내년까지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해 새 기준을 설정할 것입니다."
-한나라당 중진회의에 나가게 될 텐데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이세요.
"마치 '대선주자 키워주기'식으로 보도됐는데 잘못된 접근입니다. 회의 참석이 실효성 있고 필요해야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사안별로 중앙당과 교감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회의에 참석하고 의견도 말할 계획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지사와 차기 여권주자 빅3이신데. 시장 임기는 끝까지 마치십니까.
"그렇습니다. 자꾸 대선주자로 언급해주는 것은 저에게 영광입니다. 하지만 1만5,000명 시청 공무원 사회를 이끄는 리더십에는 부작용으로 작용합니다. 중간에 그만들 것처럼 비치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데 문제가 생깁니다. 서울을 세계 5위 도시에 올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8년의 임기를 마치면 서울은 어떤 도시가 돼 있을까요.
"민선4기에 세운 '맑고 매력 있는 서울' 목표는 모두 달성했습니다. 공기가 맑아지고, 관광객이 모이는 매력있는 세계도시가 됐습니다. 5기는 '시민이 행복한 서울, 세계가 사랑하는 도시'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6ㆍ25전쟁 이후 우리는 성공을 향해 뛰었습니다. 경쟁만 강요하는 성공지향 사회는 불행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한강에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시민이 많아졌습니다. 걸으며 생각하고, 삶을 즐기는 것입니다. 여기에 행복지향 사회로 가는 단초가 있습니다. 한강ㆍ남산르네상스를 통해 행복지향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절대 헛구호를 만들지 않습니다. 만들었으면 반드시 책임집니다. 서울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약력
▦1961년 서울 출신
▦대일고ㆍ고려대 법대
▦26회 사법시험 합격
▦MBC TV '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 진행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미래연대 공동대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자??;?br>
▦민선4ㆍ5기 서울시장
대담= 송영웅 정책사회부 차장
정리=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