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을 생중계하면서 공개한 주석단(귀빈석) 사진은 현재 북한 핵심 권부의 면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3차 당 대표자회 직후 촬영한 사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맨 앞줄 좌우에 포진했던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위원 상당수가 이번 주석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주석단 명단은 공식 권력 서열을 발표하지 않는 북한에서 파워 엘리트들의 위상과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김 위원장에 가까이 위치할수록 중책을 맡은 인물이며 거꾸로 주석단을 비울 경우 곧잘 숙청설이 나돌기도 한다.
이날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한 북한 지도급 인사는 김 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김 위원장이 앉은 자리를 기준으로 우측에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부력부장, 리을설 인민군 원수, 리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이 도열했다. 좌측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김철만 전 정치국 후보위원,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를 지난해 7월 8일 김일성 사망 15주기 중앙추모대회 주석단 서열과 비교해 보면 지난 1년간 북한의 권력 부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시 서열 10위 안에 든 인사 가운데 리영호 김영남 김영춘 리용무는 이번에도 주석단에 포함돼 변함없는 권력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해 2월 군 총참모장에 임명된 후 서열 10위에 턱걸이했던 리영호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바로 옆 자리를 지켜 북한의 떠오르는 파워맨임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주석단 명단에 빠졌던 인물로는 3차 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위원에 선임된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이 유일하다.
북한 군부의 실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의 퇴조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서열 7위에 랭크됐던 오극렬은 당 정치국 진입이 좌절된 데 이어 이번에 주석단에도 도열하지 않았다. 또 5월 고령(80세)을 이유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된 김일철(서열 9위) 전 인민무력부장 역시 이름이 빠져 숙청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석단 순서가 곧바로 실권자 서열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혁명 1세대인 리을설(89)의 경우 당 대표자회를 통해 모든 당직을 내놨지만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낸 반면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석단 첫 줄에 등장하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주석단 서열은 혁명 원로를 배려하는 경향이 강해 리을설, 리용무가 거의 빠짐없이 포함된다"며 "행사 성격에 따라 등장 인물도 조금씩 달라 북한의 실제 권력 분포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초고속 주석단 등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뒤 6년이 지난 1980년 6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으로 주석단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김정은이 지난달 28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지 불과 2주 만에 주석단 사진을 공개해 후계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김정은의 대중적 지명도를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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