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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체사상 허구성 일깨우고 떠난 황장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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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체사상 허구성 일깨우고 떠난 황장엽씨

입력
2010.10.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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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어제 87세로 세상을 떴다. 당국에 따르면 그가 머무르던 서울 논현동 집은 그야말로 철통 보안과 경비를 유지하는 안가(安家)이기 때문에 타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한다. 최근의 의욕적 활동으로 미루어 자살 가능성도 없어 심장마비 자연사로 추정된다.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김일성 종합대학과 모스크바 대학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 철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김일성 종합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론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오늘날까지 선군사상과 함께 북한 체제의 이념적 기초를 이루는 주체사상을 집대성한 '주체사상의 대부'로 유명했다. 그 공로로 김일성 대학 총장과 당 중앙위원, 당 국제담당 비서,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최고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런 그가 1997년 베이징 한국 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 필리핀을 거쳐 서울로 와 세계적 충격을 던졌다.

분단 이래 남으로 망명한 북한 최고위 인사인 고인은 남한은 물론이고 일본에까지 추종자를 낳은 주체사상의 허구성을 행동과 말로 극명하게 설파했다. 돌이켜보면, 주체사상은 그의 망명에 앞서 이미 북에서부터 힘을 잃고 있었다. 김정일 세습체제가 굳어지고 그에 따른 세대교체 바람으로 이념적 정당화 작업보다는 현실의 권력 장악이 부각되면서, 남한과 일본의 추종세력 사이에도 회의가 싹텄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린 그의 망명이 주체사상의 종언을 상징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의 만년은 편안하지 않았다. 북한 정권에 대한 그의 직설적 비판은 김대중ㆍ 노무현 정부 시절의 남북화해 흐름과 어울리기 어려웠다. 게다가 북한의 거듭된 암살 위협 때문에 오랫동안 은둔 상태로 갇히다시피 한 생활을 해야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미국 일본을 방문하는 등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했으나 남은 삶은 길지 못했다.

그의 타계는 공교롭게도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과 겹쳤다. 그의 죽음과 전대미문의 3대 세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남북의 현실이 새삼 착잡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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