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성 산업폐기물 슬러지 홍수 사태로 헝가리에 최악의 환경재앙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안돼 2차 슬러지 사고 경보음이 켜졌다.
9일 사고 공장이 있는 어이커를 방문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저수조 북쪽 벽에서 균열들이 발견됐다면서 "정말 위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빅토르 총리는 큰 균열은 틈이 7㎝나 벌어졌다며,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수조가 무너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헝가리 정부는 열 감지 카메라를 장착한 헬리콥터를 띄우고, 지상에 650명의 경찰인력을 풀어 상황을 점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0일 정부 관리는 AP 통신에 "균열들을 손봤고, 밤새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희망적이라고 밝혔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난 4일 헝가리 서부 베스프렘주(州) 어이커의 알루미늄 공장에서 독성 슬러지를 보관한 저수조 모서리가 무너지면서 100만㎥ 규모의 슬러지가 유출돼 인근 4개 마을을 덮쳐 7명이 숨지고 150명이 부상당했다.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든 독성 물질로 '동유럽의 젖줄' 다뉴브강까지 오염됐다. 이번에 또 저수조가 무너지면 약 50만㎥의 슬러지가 유출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문가들은 지난번보다 고농축이라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슬러지가 이전처럼 홍수 형태로 몇 개 마을을 덮칠 것을 대비해 저수조와 콜론타르 마을 사이에 몇 겹의 둑을 11일 완성 목표로 만들고 있다. 이 둑은 길이 400m, 높이 5m 규모로, 슬러지 범람 속도를 늦추고 하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콜론타르 주민 800여명은 위험경고가 내려진 9일 새벽 6시부터 즉시 인근 마을로 대피했다.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됐지만 정작 슬러지 유출을 일으킨 알루미늄 제조업체 MAL사는 안전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슬러지 유출 때 화상을 입고 퇴원한 한 주민은 9일 AFP 통신에 "MAL사에 사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노했다. 안전점검 소홀이나 균열 징후 묵살 등 책임 소재가 밝혀지면 이 회사는 미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로 대규모 집단소송에 휘말린 BP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한편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9일 균열과 누수가 몇 개월 전부터 포착됐다고 폭로했다. WWF는 웹사이트에 6월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게재, "3개월 전부터 분명한 누수 징후가 보였지만 조치가 없었다"며 헝가리 내 다른 슬러지 저장시설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헝가리 서부에는 슬러지 저수조가 여러 개 있으며, 보관 중인 슬러지 총량은 3,000만㎥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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