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문제에요. 한글을 만든 조선시대 왕이 누구죠."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재한몽골학교 초등반의 한글날 맞이 한글관련 퀴즈시간. 교사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 10여명이 거침없이 답을 적어 나간다. 학생들 가운데 한국어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나이 어린 학생들인데도 "문제가 너무 쉽다"고 능청이다.
초등 6년(35명), 중등 3년(47명) 과정에 모두 82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 학생들은 모두 몽골인이지만 한국어를 배운다. 1998년 학교를 설립한 유해근 목사는 "개교 때부터 한국어를 기본 이수과정에 포함시켰는데, 이들이 몽골로 돌아가 한국어를 전파하고 있는 덕에 지금은 몽골 한류(韓流)를 지탱하는 힘으로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한국어 수업은 초ㆍ중등 과정 모두 일주일에 8시간이다. 수준에 따라 상중하 반으로 나뉜다. 아이들은 현지에서 한국어를 배운다는 이점 때문에 초ㆍ중등 과정만 이수해도 일상생활 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는 게 학교의 설명이다.
학교는 단순히 한국어 수업을 통해서만 몽골 아이들 가슴에 '한국'을 심지 않는다. 대부분 제조업체 근로자 등으로 일하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월 6만원에 기숙사를 운영하는 등의 배려를 하고 있다.
이강애 교감은 "몽골에서 한국어 구사능력이 뛰어나면 상당한 엘리트에 속한다"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자신의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부모들이 감사해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은 몽골 현지에도 전해져 2007년 방한한 몽골 대통령이 학교를 찾아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는 '귀족학교'로 불리는 다른 외국인학교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운동장도 없이 330㎡(100평) 남짓한 대지에 들어선 3층 건물이 고작이다. 입 소문에 아이들은 점차 늘어나는데 학습공간이 없어 컨테이너 박스까지 교실로 쓰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인근 부지 무상임대를 약속했지만, 건축비가 없어 건물도 못 짓고 있다. 이 교감은 "17일 오전부터 학교 부근에서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개최한다"며 "요즘 개인기부가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 바자회에도 집에 있는 물품이나 소장품 같은 것을 기증해주면 한글을 사랑하는 몽골인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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